[도서] 치유의 미술관

글 입력 2024.10.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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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질

그림 속 심리학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는 날,

상처받은 내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그림들

 

 

이 책은 30여 년 동안 그림을 통해 마음을 읽어 온 심리학자인 저자가 엄선한 그림들과 그 안에 담긴 화가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볼 치유의 심리학을 전하는 명화 심리 교양서이다.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말하기조차 힘들고 어려운 날, 이 책은 그저 잠시 펼쳐 보는 것만으로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당신만의 안식처이자 미술관이 되어줄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부터 구스타프 클림트까지, 저자는 세계 최고의 명화를 그려낸 그들 또한 인생의 숱한 고난을 견디며 인생을 보낸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일러주며, 가만한 위로를 건넨다.

 

학업, 취업 등의 관문을 지나 결혼, 출산, 육아 등 또 다른 삶의 관문들을 지나며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다 보면, 혹시나 내가 세상의 속도에 뒤처지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해질 때가 있다.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던 사람들과도 각자 말하지 못할 '어른의 사정'으로 하나둘 멀어지며 외로움을 느끼고, 어지럽고 예민한 마음들이 겹쳐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때가 온다. 인생의 제2막을 맞는 다른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이는데, 여전히 나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춘기에 멈춘 것 같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이리저리 치이며,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위로해 줄 수 없다고 느껴질 때면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털어놓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면 나라도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주고 싶은데,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과연 자기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단번에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내 마음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내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이런 날이면 그림을 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고 권하며 스스로 마음을 돌볼 방법을 이야기한다.

 

[치유의 미술관]은 인문 독자들에게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았던 [미술관에 간 심리학](믹스커피, 2019)을 새롭게 쓴 개정증보판이다. 실제로 먼 타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40대라는 '인생의 골짜기'에서 가족과의 이별, 번아웃 증후군, 자기 의심 등을 마주해야 했던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자신과 같은 상처와 슬픔, 고통을 겪고 있을지 모를 수많은 사람을 위해 다친 마음을 위로하고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최신 연구 결과들을 좀 더 풍부하게 더해 내용의 깊이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깊고 푸른 밤하늘을 눈부시게 밝히는 노란 별들을 그려낸 빈센트 반 고흐부터 복잡한 삶을 벗어나 자연 속 '잠시 멈춤'의 미학을 담아낸 구스타프 클림트까지, 이 책을 통해 소개하는 화가들은 대부분 가장 어두웠을 시간에 예리하게 벼려낸 생에 대한 애착과 감각을 그림에 담아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 최고의 명화를 남긴 위대한 화가들은 사실 우리와 같이 상처받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그들의 얼룩진 마음이 담긴 그림 속에서 지금 우리의 마음이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공감 어린 위로를 건넨다.

 

심리치료의 영역이 치료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일상생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에 따르면 그림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개인을 가장 면밀하게 담아내는 일종의 '메시지'였고, 미술관은 그런 그림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영혼이 만나는 '통로'다.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그림을 탐색해 온 저자는 어느새 심리학 이론과 시각예술 체계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책이 바로 그 지점을 표시한 아주 사적인 지도 같은 책이라고 말한다.

 

상처와 결핍, 슬픔과 아픔 등 삶의 굴곡에서 탄생한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삶과 마음을 살피다 보면 내 안의 상처들도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그림 속 화가들의 생각에 공감할수록 상처받은 자아는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미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마음이 조용히 들려올 때 스스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치유는 없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 한 점으로도 내 삶은 한결 부드럽고 좋은 것으로 채워질 수 있다. 이 미술관을 나설 때면 당신의 마음은 어느새 조금 더 튼튼해져 있을 것이다.


*

 

윤현희

 

그림에서 마음을 읽는 임상심리학자.

 

한국에서 한국아동인성검사(KPRC) 개발과 연구에 참여하며 임상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보건복지부 승인 정신보건 전문요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 산하 아동정신건강센터와 가톨릭가정상담센터에서 임상 수련을 거쳤고,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에서 청소년임상신경심리학 전공으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휴스턴 론스타컬리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한편, 텍사스 교육청과 아동 · 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환자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며 학교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을 입안하는 등 다양한 현장 활동을 했다.

 

사회의 공감 능력은 각 개인의 공감 능력이 얼마나 자라나는지에 달렸다고 믿으며, 다양한 미술관과 도서관 등에서 강연을 통해 그 공감의 방안을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자화상의 심리학] [미술의 마음] [미술관에 간 심리학] 등의 저서를 통해 시각예술과 화가들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심리학적 분석으로 큰 공감을 얻었다. '치유를 위한 심리학'이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고, 에피파니 문화심리 연구소를 운영하며 각종 매체에 에세이와 칼럼 등을 연재하고 있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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