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letter-5810995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23010742_hxrrcokx.jpg)
학사 시절, 전공 수업을 들으며 유학생들의 비율을 체감하게 되었다.
모든 과목이 전공선택이다 보니 본인이 국어학과 국문학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수업이 갈리고, 그만큼 취향이 겹치는(?) 학우들과 거의 유사한 시간표를 짜게 된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다 보면 출석부에서 불리는 이름들이 귀에 익는데,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생들의 이름을 들을 때면 괜히 반갑기도 하다. 아무래도 한국어의 기초를 다루는 학과이다 보니 한글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타 국가의 학생들이 많이 편입되는 것이겠지만… 평생을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나에게도 쉽지 않은 말로 다가오는 전공 수업이라 종종 그들이 걱정될 때가 있다.
시창작 수업과 산문창작 수업을 선택했는데 나의 셈으로는 이런 창작 수업들을 유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 것 같다. 시창작 수업은 매주 과제로 시를 한 편씩 제출하여 그 중 교수님이 우수한 것을 다섯 편 정도 선정하시고, 수업 시간에 낭독 후 다른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강의를 들을 때마다 외국인 학생들이 번역을 거쳐가며 제출한 결과물에 여러 번 충격을 받았다. 나는 타국의 언어를 얼마나 배우든, 시를 한 줄도 써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유학 과정 가운데 외로웠던 밤의 이야기,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을 마주할 때면 강의실에서 홀로 울컥울컥하기도 했다. 처절한 감정이 문학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에 앞서 글을 읽는 내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같은 전공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접점이 없는 그들이 환한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남모르게 응원하게 되었다.
산문창작 수업에서는 교수님의 강의 후, 제시하시는 문장의 뒷이야기를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강의의 내용과 방식 모두 대학에 온 이래로 가장 마음에 드는 수업이다. 어제도 과제를 다 쓴 뒤에 제출하기 위해 일어섰는데 내 앞의 외국인 학생이 한 손에는 번역기를, 한 손에는 펜을 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제시하시는 첫 문장을 해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으리라.
그 모습을 보며 또 남몰래 찡해지고 말았다. 어쩌면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 자체가 무시하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기에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그냥 그 장면 자체가 사람으로서 존경스러웠다. 미숙한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는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단단한 노력이 초석으로 있는 글은 아마 아주 오랜 시간 그 빛을 잃지 않겠지.
어린 아이의 서툰 일기를 보면서 얻는 순수함의 회복이 있듯이, 한글을 늦게 배운 이들의 시에 울림이 묻어나듯이, 문법이나 맞춤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감동이 있다. 또 한 획씩 정성을 다해 써내려간 글자에 진심이 있다. 나는 이 또한 한글이 가지는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이해받지 못하는 전공이지만 처음 선택할 때도, 또 공부하는 중인 지금까지도 후회하지 않는 이유. 나는 한글이라는 언어의 힘을 믿는다. 모두가 그 힘을 발견하고 일렁이게 될 그 날의 도래까지도.
그러니 오늘도 부지런히 읽고 쓰자 ~ 시선과 강박에 얽매이지 말자!
내가 사랑하는 한글을 모두가 사랑하게 되는 순간까지 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