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멀고도 가까운, 우리 몸의 세계 - 해부학자의 세계 [도서]

글 입력 2024.10.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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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장기와 피부를 비롯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장기를 직접 눈으로 볼 일은 없다. 육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장기들은 어디에 어떻게 자리하는지,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그 증거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원리를 알지는 못한다.

 

사람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복잡하고 정교한 신체는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어떻게 현재의 해부학 지식에 도달하게 된 것일까?

 

<해부학자의 세계>는 기원전 3000년부터 1900년대까지 시대의 흐름을 따라 인류에게 해부학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해부학이 발전해 왔는지 차근차근 톺아본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해부학 기록이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라는 사실. 인간이 호흡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생명의 힘인 '프네우마'를 들이킨다는 이론. 과학뿐만이 아니라 마술, 철학과도 얽히고 섥히며 영향을 주고받은 해부학은 비단 인간의 신체에 관한 학문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해부학은 당대의 시대상, 예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책을 펼쳐보기 전 해부학 책이니 다양한 도판이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그리고 기대를 실망하게 하지 않는 다채로운 도판들을 만났다.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과 유럽,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는 도판들이 실려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한 도판까지 포함하여 240여 개의 도판이 수록되어 있다. 해부학적 가치가 있는 도서 150여 권을 총망라한 만큼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졌다.

 

해부학 이야기가 담긴 책 속에는 극장이 등장하고, 도굴꾼이 등장하는 다이나믹한 상황들이 펼쳐졌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해부학 도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등장한다.

 

아직 인체에 관한 많은 부분이 밝혀지기 이전의 도판들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왜일까? 아직 속속들이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부분이 남아있다는 설렘 때문인 걸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판은 초반에 등장하는 이븐시나(980~1037)가 그린 도판들이었다. 그가 그린 신경계와 근육계, 인체의 동맥과 내부 장기는 추상화 같기도 하다.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경이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도판들을 둘러보며 어떤 이미지에 가장 마음이 동하는지 골라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안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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