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순간의 예술이다. 공연의 본질은 시공간의 한정된 조건에서만 실현되는 특성에 있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은 그 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연을 어떻게 기록하고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공연예술박물관은 바로 이 순간의 예술을 영원의 예술로 변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은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그 흔적은 박물관을 통해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공연예술 전문 박물관으로, 1950년대 이후 한국 공연예술의 흐름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박물관의 상설전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공연예술사 전시실로, 20세기 이후 한국 공연사의 주요 흐름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둘째는 공연주제 전시실로,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다양한 과정과 주제를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공연주제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공연이 어떻게 제작되고 완성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공연예술박물관의 전시 스토리라인은 "제1막 개화기", "제2막 근대", "제3막 현대공연예술"로 나뉘며, 각 시대별로 공연예술의 변화와 발전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개화기에는 기생들이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며 전통과 근대가 융합된 예술을 보여주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공연예술이 더욱 다양화되고 대중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공연의 흐름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조망함으로써, 공연이 어떻게 사회와 문화 속에서 변천해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박물관은 공연 자체가 지닌 '실시간성'을 완전히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연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예술이기 때문에, 박물관에서의 전시는 정적인 기록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설전시 외에도, 현재 공연 중인 작품들과 연계된 기획전시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극장의 레퍼토리 공연과 연계된 기획전시를 통해 공연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함께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연과 박물관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관객은 그들의 공연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다.
공연예술박물관에서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과 국립극장 레퍼토리 공연을 접목한 실감콘텐츠 ‘별별실감극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관람객이 국립극장 전체에 대한 흥미를 갖게할 뿐만 아니라 관람객에게 공연을 실제 공연을 관람하는 것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여 공연이 가지고 있는 시공간적 제약을 확장한다. 또한 공연예술박물관은 공연예술자료실과 디지털 아카이브를 운영하며 공연예술의 학문적인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공연예술박물관은 순간의 예술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이다. 상설전시의 역사적 흐름과 기획전시의 실시간적 연계를 통해, 공연예술박물관은 공연 예술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관람객에게 그 순간을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연예술박물관은 2024년 6월을 마지막으로 남산국립극장을 떠나 2025년 파주무대예술지원센터에서의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전시실에서 어떤 오브제로 순간의 공연을 붙잡아두었을지 기대해보자. 뮤지엄이라는 큰 이름 안에 각 오브제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지 기대하며 재개관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