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표1_뭐든하다보면뭐가되긴해_띠지.jpg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씨네필 + 히키코모리 + 언어 오타쿠,

전무후무한 돌연변이 '힙키코모리'가 등장하다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히키코모리의 에세이이자, '루마니아어'라는 희소한 언어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 언어 오타쿠의 에세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가 출간되었다.

 

저자 사이토 뎃초는 흔히 청춘의 황금기라고 일컬어지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뒤 방 안에 틀어박힌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남아도는 것은 시간밖에 없지만, 그 1분 1초를 맨정신으로 보내기 어려웠던 저자는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았고, 이윽고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않는 세계 각국의 인디 영화들에까지 시선을 돌린다. 그런 그의 인생에 운명적인 한 편의 루마니아 영화가 등장한다. 운명적인 사랑이 모두 그러하듯이, 한순간에 루마니아어와 사랑에 빠진 저자는 이후 희귀하고 특수한 '루마니아어'를 홀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사회와 융화되지 못하고 오직 모니터만 쳐다보던 히키코모리가 어떻게 희소하기로는 손에 꼽히는 루마니아어를 배우고, 그 언어로 소설을 쓰며, 세상에서 하나뿐일 유일무이한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여정을 담고 있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라는 제목이 아깝지 않게 가능성과 희망을 있는 그대로 증명하는 이 책은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다혜 작가는 말한다. "소설이라 해도 과장이 심하다며 욕먹을 설정인데, 이 모든 게 진실이다." 그의 말처럼 일본인 히키코모리 루마니아어 소설가는 실존하고 있으며, 이 책에 쓰인 모든 이야기는 진실이다. 우리의 삶 또한 상상을 넘어 진실이 될 수 있다. 상상에서 머무르느냐 진실로 나아가느냐를 가르는 데는 오직 하나의 갈림길만이 존재한다. '했느냐'와 '안 했느냐', 이 책은 당신의 삶을 진실로 나아가게 만드는 유쾌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서다. 타인의 상상을 통해서든 경험을 통해서든. 이 책은 후자로,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발표한 일본 지바 지역에 사는 히키코모리 오타쿠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소설이라 해도 과장이 심하다며 욕먹을 설정인데, 이 모든 게 진실이다.

 

"외국어는 꼭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쓰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저자는 다양한 미개봉 영화를 보고 평론을 써 인터넷에 올리다가 루마니아 영화를 본 뒤 어학 오타쿠 기질을 발휘해 루마니아어를 배운다. "마이너한 언어를 배우려는 나, 완전 힙해…" 오타쿠와 힙이라는 좀처럼 붙지 않는 두 단어가 시너지를 일으켜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의 에세이가 탄생했다.

 

방안에 틀어박혀 완성하는 루마니아 유학법을 읽다 보면 루마니아어든, 다른 어딘가의 언어든 당장 배우고 싶어진다. 언어와 함께라면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으니까.

 

- 이다혜 작가, [씨네 21] 기자

 

*

 

사이토 뎃초 - 1992년 지바현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부터 쭉 영화에 대한 비평을 쓴 영화광으로 [키네마 준보] 같은 영화 잡지에도 기고하며 영화 비평가로서도 활동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가 동유럽 영화에 푹 빠졌고,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문화에 반했다. 이후 루마니아어로 열정적으로 소설과 시를 집필하기 시작했고, 루마니아의 온라인 문예지에 엽편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루마니아에서는 독특한 필치의 일본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장 난치병인 크론병에 걸렸고, 투병 기간에 개인 블로그 note에 에세이나 자작 소설을 올렸다. 현재 룩셈부르크어와 몰타어를 공부하는 중이다.

 

취미는 아직 경력이 짧은 코미디언의 유튜브 동영상에 격려 메시지를 남기는 것과 식품이나 약품의 성분표를 살펴보는 것. 최근 주목하는 일본의 젊은 코미디언은 네오밸런스, 하루토히코키이며 가장 신경 쓰이는 화학물질은 아스파탐·L·페닐알라닌 화합물이다. 이 책이 출간된 첫 번째 저서다.

 

이소담 - 동국대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하다가 일본어의 매력에 빠졌다. 읽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책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옮기는 것이 꿈이자 목표이다. 지은 책으로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양과 강철의 숲], [세계 방방곡곡 여행 일기],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등이 있다.

 

 

박형주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 ART insight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