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몽마르트의 별, 시대의 낭만 - 툴루즈 로트렉 160주년 기념전

글 입력 2024.10.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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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의 어느 교양 강의에서였다.
 
내로라하는 프랑스의 화가들을 다루며 수많은 작품에 둘러싸여 진행되었던 그 강의에서 그의 그림이 유난히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조금은 희미해진 그때의 기억을 아련히 되살려 보며 찾아간 한 전시장에서, 나는 다시 한번 그의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이유는 그때도 지금도 단 하나, 그의 그림이 대상의 본질을 포착해 나타내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MAMU_로트렉_포스터.jpg

 
 
툴루즈 로트렉의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며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된 본 전시는 시작부터 [제인 아브릴] 등 그의 대표적인 초기 석판화 작품들을 배치하여 관람객들이 그의 자유로우면서도 화려하고 대담한 화풍을 첫눈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디방 자포네], [아리스티드 브뤼앙] 등 비교적 익숙한 작품들을 첫 번째 섹션에서 볼 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하이라이트는 오히려 그 뒷 섹션에 있었다. 로트렉의 결핍과 비운의 생애를 강조한 이전 경향을 벗어나 휴머니즘적인 면모를 강조하고자 했던 전시의 의도대로, 그가 포착한 대상의 본질인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쭉 배치되었다.
 
특히 로트렉의 판화집 "엘르"에 담긴 작품들을 전시한 섹션에서 그러한 면모를 더욱 관찰할 수 있었다. 전시에서 설명된 것처럼 로트렉은 매춘부 여성들을 노골적인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그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시선에서 비롯된 작품들을 남겼다.

물론 그림의 대상이 된 매춘부들의 의사가 이 작품들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다. 또한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관람객의 시선에서 그림을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평가하는 것도 실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1.jpg

 
 
하지만 작품을 앞에 둔 순간 내게 느껴졌던 화가의 시선은 소위 직업여성들을 다루는 자극적인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보는 사람이 불쾌해지고 찝찝해지는 시선이 아니라, 그냥 덤덤하게 그들을 관찰하고 그대로 그려냈다는 느낌이었다. 만약 작품의 설명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그림의 대상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본질일 것이다.

10여 년 전 강의 시간에 교수님은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들을 설명하며 이런 표현을 썼다. 스냅숏과 같은 인물화, 있는 그대로 추함을 드러낸 사람들, 사상이나 상징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본 것만을 추구하는 '영상의 사냥꾼'. 글의 첫머리에 언급했던 대상의 본질을 포착하는 그의 작품들이 가진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강조된 로트렉의 휴머니즘도 이와 동일한 맥락이라 생각된다. 그 대상에 대해 보이는 것을 온전히 담아낸 찰나의 순간, 그것이 추하든 아름답든 본 그대로 그려냈기에 그 대상의 본질과 가장 가까운 것. 그것이 그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인간미다.
 
이것만으로도 전시의 주제 및 의도가 충분히 살아났다는 느낌이었다.
 
 

그림2.jpg

 
 
본 전시는 이처럼 전시의 의도를 잘 살린 섹션 외에도 다양한 구성을 취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카페 콩세르와 관련된 작품들을 전시하며 카페 내부를 연상시키는 사진으로 몰입도를 높인 섹션이었다. 그리고 로트렉 외에도 포스터를 통해 두드러진 성취를 남긴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마지막 세션도 흥미로웠다.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며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의 막바지에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었던 한편, 출구 앞에는 다시금 로트렉과 관련된 내용들을 담아 전시의 주인공을 잊지 않도록 했던 점도 만족스러웠다.

로트렉을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그의 작품에 반하면서 그에 대해서 더 깊게 알 기회였다. 물론 그를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그의 매력을 알기에 넘치도록 충분한 친절하고 재미있는 전시다.
 
내년 3월 3일까지 개최되는 본 전시에서, 더 많은 사람이 몽마르트의, 물랑 루즈의, 그리고 로트렉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오기를 바란다.
 
 
 

유지현.jpg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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