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예측하지 못한 것이 선사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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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 지원하면서 눈여겨보았던 혜택은 단연 문화 초대였다. 지역에 제한받지 않고 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반갑게 다가왔고, 이왕이면 주어진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아야겠다는 힘찬 포부가 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계획했던 것보다는 열정적으로 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주제를 접하는 여러 필자 가운데 가장 문화 초대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할 테지만, 이번 아트인사이트 32기 에디터를 경험하며 문화 초대를 처음 접한 초심자의 시선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도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추리 소설에 대한 재미를 본격적으로 들일 수 있었던 시도. 어릴 때부터 추리와 친하지 않았던 나는 코난이나 셜록 홈즈 시리즈, 심지어 보드게임인 클루조차도 어려워했다. 마음속으로 추리에 대한 두터운 벽을 쌓아가던 중 문화 초대를 통해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다.
중세 시대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현재 수도사로 지내고 있는 주인공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진행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눈여겨 볼 점은 무르익어가는 이야기와 달리 전말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미스터리함에 있다. 장면을 그려내는 듯한 자세한 서술과 더불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과 관계는 캐릭터에 인간성을 불어넣으며 현실에서 볼 법한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도서의 경우 관심 있는 장르만 섭취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활자로만 존재하는 도서는 작가가 전달하려는 내용에 몰입하기 위해 글자를 해독해 나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나 또한 책을 읽을 때 관심사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장르만 접하게 되었고, 스스로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꼈다.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갇히게 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관심사에서 벗어난 것들을 몸소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문화 초대를 통해 이어졌다. 중세 시대의 수도원을 겪어본 적이 없음에도 눈 깜짝할 사이에 허브향이 물씬 풍기고 말을 타고 이동하는 그 시대로 빠져들었다.
도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고전의 진가는 이야기 속에서뿐만 아니라 이야기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 번역되고 5천만 부 이상 판매된 명작이다. 소설은 간결하고 단순한 줄거리로, 한 자리에서 머무는 기혼 여성과 방랑을 계속하는 한 남자의 짧고 강렬한 사랑을 서술한다.
그러나 이 단순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가령 주인공이 새로 찾아온 사랑에 흔들리는 것을 진정한 만남이라고 여기는 독자가 있는 반면,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아를 찾는 일이며 사랑은 그저 현실을 비가시화하는 것일 뿐이라는 독자도 존재한다.
이렇듯 같은 것을 바라보는 동안에도 저마다의 가치관과 생각의 축에 따라 의견은 달라진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이런 점에 있다. 시대가 바뀌며 다르게 다가오는 인물과 서사는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부여한다. 저자가 서술한 평면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바라보게끔 이끈다. 독자가 자신에서 벗어나 여러 삶을 대신해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고전의 역할은 충분하다.
공연: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내한 공연
나에게 있어 지금까지의 음악 공연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찾아가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음악이나 노래보다는 그 가수의 실물을 보고 현장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콘서트에 갔다. 가수의 사전 정보를 낱낱이 꿰뚫은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무슨 노래를 부르며 어떤 순서로 진행될 것인지조차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공연을 관람함에 있어 야기될 변수는 찾아볼 수 없었고, 알려진 그대로 공연이 흘러가곤 했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재즈 공연은 그 점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제공했다. 기존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 재즈 문외한이 재즈 콘서트에 가면 어떨까. 평상시에 접해왔던 일상에서 벗어나 긴장감과 기대감 속으로 몸을 던져본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공연은 가수보다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눈보다는 귀를 통해 그 공간을 즐기며 무대를 감상하는 모두가 공동체로 이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노래가 나올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 상황은 약간의 텐션으로 이어졌고, 이는 리듬을 향한 유연한 집중력으로 녹아들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을 듣다 보면 이 음악을 창조해 낸 가수가 궁금해졌다. 이 창작물을 빚어내기까지의 살아온 이야기에 대해 집중하고 싶어졌다.
[조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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