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6개 국어로 불렀던 스텔라장을 아는가.
스텔라장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싱어송라이터이다. 몽글몽글하며 따뜻한 느낌을 주는 L'Amour, Les Baguettes, Paris라는 곡이나 밝은 분위기의 Colors라는 곡으로 스텔라장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곡으로 스텔라장의 음악을 파악하기엔 이르다.
스텔라장의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난다. 정확히 무슨 곡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멜로디와 다르게 솔직한 가사가 귀에 들어오면서 다른 곡들도 궁금해져서, 그 자리에서 다른 곡들도 바로 찾아들었던 기억이 난다.
스텔라장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매력은 통통 튀는 멜로디와 솔직하고, 공감 넘치는 가사다. 뻔한 주제더라도 그녀는 남들과 다른 신선한 관점에서 노래한다. 솔직한 가사들은 대중들의 공감을 끌어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텔라장의 곡을 소개해 보려 한다.
빌런(Villain)
빌런은 스텔라장의 곡 들 중에서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이다. 이 곡을 처음 들어보기 전에는 '빌런'이라는 제목처럼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빌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우리 모두는 히어로와 빌런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은 노래였다.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우리 모두는 좋은 쪽에 있는 영웅인 척해)
도입부터 정곡을 찌르는 가사였다. 그 누구도 자신을 나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좋게 행동하려 한다. 하지만 나도 빌런이고, 너도 빌런이라는 가사를 통해 나도 누군가에게는 빌런 일 수도 있다는 자아성찰을 하게 만든다. 모두가 가진 이중성을 잘 드러낸 가사였다.
처음에 들을 때는 자아성찰을 하게 만드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선과 악에 집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같은 행동이라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탕수육을 먹을 때 찍먹인지 부먹인지 선택이 갈리는 것처럼,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좋을 수도, 나쁘게 다가갈 수도 있다.
누군가 나에게 빌런이듯 나도 누군가에게 빌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쾌하고 통통튀는 멜로디로 들려줌으로써 모두에게 히어로가 되려고 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곡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so many shades of gray.
우리 모두는 완벽한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선과 악은 없다.
환승입니다
환승이라는 키워드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화제의 프로그램이었던 환승연애? 대중교통 환승?
<환승입니다>라는 곡은 아픈 이별의 이야기를 지하철을 탈 때 들리는 '환승입니다'라는 말과 연결 지어 만든 이별 노래이다. 곡의 도입부는 지하철을 탈 때 들리는 '환승입니다'라는 익숙한 소리로 시작한다. 누군가에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소리 중 하나겠지만 이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에게는 이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난 나중에 아주아주 부자가 될 거야
어딜 가든 택시만 타고 다닐 거야
아니면 내 차를 몰고 다닐 거야
다신 내가 갈아탈 일이 없게
다신 내가 널 생각하지 않게
다시는 너를 생각하지 않도록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 택시, 자차만 탈 수 있게 부자가 될 것이라 웃픈 가사를 보며 이별을 무조건 슬프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라는 관점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희망찬 멜로디는 마치 새 출발을 연상시키며 가사와 함께 어우러진다.
보통 이별 노래를 떠올리면 헤어지고 슬픈 경험담을 담은 가사와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가 생각난다. 하지만 스텔라장은 이별마저도 물질만능주의라는 주제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카페인(Under caffein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곡은 강렬한 제목처럼 모든 사회인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월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사에서는 월급을 '그대'라는 표현으로 비유함으로써 '그대'를 기다린다, 가지 마요라는 가사를 통해 월급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 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 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노래 중간중간 나오는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부분은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같기도 하다. 이 곡은 스텔라장이 가수 데뷔 전 화장품 회사를 다닐 때 월급을 기다리던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이라고 한다. 실제의 경험이 담긴 가사는 더 마음에 와닿고, 계속 찾아듣게 만든다.
다음으로 <카페인>이라는 곡은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카페인의 힘을 빌린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하기 싫어서 미래의 나에게 미루는 경험. 그래서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카페인의 힘을 빌려 밤을 새워서 일을 끝낸 경험.
커피를 사랑의 주제로 풀어낸 곡들이 많다. 예를 들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커피 한잔하자고 제안하거나, 사랑하는 이를 커피에 비유한다거나. 나는 그래서 이 곡이 더 기억에 남는다. 커피를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일을 끝내기 위해, 피곤함을 잊기 위해 마시는 현대인들 커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스텔라장만이 할 수 있는 음악
스텔라장의 음악을 계속해서 찾아듣게 되는 건 일상적인 요소를 독특하면서도 공감 가도록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마음을 대변한 듯한 솔직한 가사를 보며 공감과 동시에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최근 노래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노래는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녀가 가진 일상의 소중함, 솔직함을 잃지 않으며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세상에 꺼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스텔라장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곡들이 아니더라도 스텔라장의 곡을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그녀의 음악은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일상이 사실은 행복하고 특별한 것이었다는 깨달음을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