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탄생 160주년을 맞아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전시 '툴루즈 로트렉: 몽마르트의 별'이 개최되었다.
로트렉은 비운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로트렉을 다룬 대부분의 전시는 그의 심리적 결핍과 신체적 장애, 매춘과 음주에 빠져 일찍 삶을 마감했던 생애 후반기의 비극적 스토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반면 이번 전시는 그런 모든 제약에도 불구하고 로트렉이 그려 나갔던 자유롭고 호방한 정신 세계와 예술 작품에 집중한다.
![[크기변환]KakaoTalk_20241012_000746597_05.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12125801_kktadbvt.png)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1부는 ‘보헤미안’으로, 로트렉이 특정한 화파에 속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 양식을 추구했음을 보인다. 제2부는 ‘휴머니스트’로 따뜻한 인간애의 시선에서 하층계급의 일상을 그려 낸 작품들이 주를 차지했다. 제3부 ‘몽마르트의 별’에서 로트렉의 생애 후반기 작품을 다루고, 이어서 알폰소 무하, 쥘 세레, 테오필-알렉상드르 슈타인렌 등 로트렉과 같이 아르누보 경향을 따른 다양한 작가들의 포스터를 소개하면서 전시는 마무리된다.
로트렉의 작품을 곁에 두고 거닐면서, 로트렉이라는 작가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세 가지 키워드 중 가장 와닿았던 단어는 ‘휴머니스트’이다. 로트렉의 어떤 점이 휴머니스트적인가? 바로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가 따랐던 아르누보 양식은 장식적인 곡선과 다채로운 색채를 특징으로 삼는데, 이에 따라 아르누보 작품을 보면 '화려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또한, 그가 작품의 무대로 삼은 몽마르트는 또 어떠한가. 몽마르트의 예술, 밤 문화, 그야말로 화려함을 대표하는 파리의 심장이다.
그러나, 로트렉의 작품은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다.
![[크기변환]KakaoTalk_20241012_000746597_01.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12125827_txburyny.png)
<성난 소>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철창에서 풀려난 빨간 소가 한 남자를 쫓아가고, 남자는 얼굴이 노랗게 질린 채 그의 반려견과 함께 혼신을 다해 뛴다. 그런 소를 뒤쫓아가는 경찰관과, 왁자지껄한 행렬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주변인들까지.
![[크기변환]KakaoTalk_20241012_000746597_02.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12125839_sdadpvuy.png)
또한, 이 작품은 <라 레뷔 블랑쉬>로, 상류층이자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미시아 나탕송을 그린 작품이다.
깃털 장식의 모자, 모피 머플러, 눈에 띄는 패턴의 드레스, 상류층 여성다운 화려한 면모도 보여 주지만, 작품의 왼쪽 하단을 보라. 미시아가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한 뼘만큼 작게 묘사되어 있는데, 아주 귀여운 구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처럼 로트렉의 눈에 비친 인물들은 소탈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존재다. 석판화로 꽤나 크기가 크고 선이 굵은 작품들인데도, 작은 세부사항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그의 애정 어린 시선은 휴머니스트적이다.
그가 조명하는 대상은 화려함이 아닌 그 뒤의 평범함이다. 그는 온갖 평범함을 아주 따뜻하게 포착해 내는데,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용기와 위안을 얻게 된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일 수도 있구나.
어쩌면 나의 평범한 일상 역시 대단히 화려하지는 않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구나, 하고.

그런가 하면 위 작품은 다른 방식으로 용기를 준다.
이것은 그의 서커스 연작 중 하나로, 줄 타는 곡예사의 모습이다. 그는 아주 어릴 적 자주 관람하곤 했던 서커스의 모습을 기억력에 의존해서 그려 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세세하고 정확한 묘사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내가 이 그림에서 읽어 낸 감정은 두려움과 걱정이다. 줄타기의 첫발을 내딛기 직전, 발을 헛디디거나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수심이 곡예사를 둘러싼 어둡고 가라앉은 초록색 배경에서 드러나는 듯하다.
꼭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모습 같았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아주 많은 것들이 외줄타기처럼 짙은 초록의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슬아슬하게 그렇지만 똑바로 그 줄 위를 걸어갈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어지는 연작에서 곡예사가 그러했듯이.
![[크기변환]KakaoTalk_20241012_000746597_04.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12125909_plgotgyo.png)
앞서 로트렉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휴머니스트'라고 밝혔지만,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는 로트렉에 대한 감상을 더 구체화하고자 한다.
그의 그림은, '자신을 애정할 용기를 주는 그림'이다.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평범함을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런 한편 여전히 실재하는 걱정과 두려움을 그려내며 그런 어두움은 결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넌지시 건네면서. 그의 괴짜스러운 그림들은, 다가와 애정할 용기를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