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결국,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오프라 윈프리에게서 엿보는 삶의 지침
글 입력 2024.10.0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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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는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멋져 보여서,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쓸 적에는 진지하게 눌러 적은 나의 사연이 15살이라는 나이로 가볍게 치부될까 하는 노파심으로, 고3 때는 '대학만 가면' 이라는 가정 뒤에 붙인 일들을 마음껏 해보고 싶어서,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민이 나이를 먹으면 해결될 거라는 간절함 두 방울 정도가 섞인 믿음으로 빨리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각양각색의 이유로 나는 미래의 내가 현재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남몰래 품곤 했다. 한 치 앞도 모르겠는 나의 오늘을, 미래의 나는 알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꽤 마음에 들었다. 가끔씩 나를 찾아오는 내게 다소 버거웠던 하루들과 마주할 때면 극약처방을 내리듯 나는 이 믿음을 자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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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을 '나이해결설'이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게 되면 저절로 해결될 일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내가 먹기 싫어도 자연스레 먹게 되는 게 바로 나이라는 거니까. 어릴 적 일기장을 들춰보면 그때는 진지했던 고민이 나이를 먹고 난 지금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해당 설은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과 동일한 효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나이해결설'에서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가 그렇게 고대하는 미래의 내가 수많은 어제의 내가 모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에는 반박할 수 없는 법칙이 하나 있다. 우리는 각각 자신의 삶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p.59)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착실히 쌓인 모습. 그러니 오늘의 내 모습에는 지난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결괏값이라는 거다. 내가 나이를 먹고 기대하는 미래는 지금의 내가 어떤 마음과 행동으로 사느냐에 달려있단 말씀.


오늘의 나에게 달린 내일의 나라니. 꽤나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오늘'의 앞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그 앞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라는 달콤한 말로 나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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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을 통해 본인의 자전적인 삶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총 9가지의 주제별 단어로 엮어 냈다. 그녀는 자신이 먼저 걸어보았던 길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녀가 직접 겪었기에 그녀의 이야기에는 힘이 실린다. 그녀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찬찬히 넘겨 보며 '오늘'의 내가 기대하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의 내가 가지면 좋을 마음가짐을 살짝 엿본다.

 

 

지진이 나도 버티기 위해서는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안다. 삶에서 매일 일어나는 진동을 피할 수는 없다. 살아 있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경험이 일종의 선물이라 믿는다. 그로 인해 우리는 중력의 새로운 중심점을 찾아 여기저기 발을 디뎌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위가 흔들릴 때 뻣뻣하게 버티며 저항하는 대신, 그러한 경험을 우리의 위치를 바꿀 기회로 여기고 받아들이자.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p.61)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나는 종종 도니 맬클러킨이 지은 <꿋꿋이 그 자리에>라는 복음성가를 듣는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건만 결코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무엇을 해야 하나? 내 모든 것을 다 주었건만 여전히 너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답은 노래의 간결한 후렴구에 있다.


"그저, 서 있으면 돼."


강인함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 역경을 마주하고, 꿋꿋이 걸어 헤쳐 나갈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서 피어난다. 의연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의심이나 두려움, 피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와도 우리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힘을 내서 딱 한 발짝만 더 내딛는다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 놀라운 불굴의 정신을 일깨운다면 인생이 주는 가장 심오한 교훈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그러한 믿음 말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p.77)

 


나는 작은 생채기에도 크게 아파했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자주 흔들렸다. 그런 내가 미웠다. 스스로 '좀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며 나를 자꾸 다그쳤다. 이 정도의 일로 이렇게 흔들려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진심으로 아파하고 흔들렸던 걸음 끝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있었다. 그때는 중심을 잡지 못해 휘청였던 걸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지금껏 걸어온 발자국이 됐다. 앞선 '나이해결설'과 맞물려, 당시에는 인생에서 정말 별거 같은 흔들림의 시간도 훗날 별것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믿음을 줬다. 윈프리 역시 삶에서 그 믿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더는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남편이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걸 멈추자. 당신이 얼마나 근사한 어머니인지 아이들이 말해주기를, 멋진 남자가 당신을 품에 안아 들고 결혼해 주기를, 친한 친구가 당신은 가치 있는 존재라고 안심시켜 주기를 기다린다면, 이젠 그 기다림을 멈추고 나의 내면을 보자. 사랑은 나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p.86)


 

다만 그 어느 상황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선 내 안의 중심을 남이 아닌 나로 가져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오프라 윈프리는 말한다. 결국,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얽매여 진정한 나의 내면을 외면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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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지금의 내가 될 권리’를 정당하게 획득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지금의 나 자신이라는 점에 당당하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p.207)


 

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삼십을 이립(而立), 사십은 불혹(不惑), 오십을 지천명(知天命), 예순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이순(耳順). 인생에 경륜이 쌓여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뜻. 시대와 대륙은 다를지언정 공자와 윈프리가 말하는 나이 듦의 모습이 제법 비슷하다.


아, 책을 읽다 보니 나이 드는 것 참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나이해결설'을 삶에서 보다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묘한 용기는 덤이다.

 

 

[백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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