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화려한 불꽃축제가 막을 내리면

다채로운 불꽃과 검은 연기들
글 입력 2024.10.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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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친구들과 여의도에서 개최된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즐겼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서울세계불꽃축제, 올해의 주제는 ‘다채로운 불꽃처럼 자신의 꿈을 그려가는 당신(Light Up Your Dream)’이라고 한다.

 

작년 대비 타상불꽃 수를 약 18% 늘렸을 뿐 아니라 역대 최대 크기의 특수제작 불꽃을 제작했다던 말이 무색하게, 일본, 미국, 한국팀의 순서로 값비싸다고 소문난 불꽃이 하늘 높이, 넓게 퍼져나갔다.

 

원래도 야경으로 유명했던 한강 변에 크고 화려한 불꽃들이 더해지니 카메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냥 터져도 아름다운 불꽃인데, 하트를 비롯해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대교로 은하수 같은 불빛이 한없이 흘러내리는 연출로 입이 떡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을 보던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말에 걸맞게 마지막을 장식한 한국팀의 불꽃은 규모에서도 화려함에서도 어느 것도 견줄 수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많은 연기가 모이다 보니 하이라이트로 다가갈수록 검은 연기에 화려한 불꽃이 가려졌다.

 

100억 가량의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 불꽃은 화려했지만, 결국 불꽃으로 인해 발생한 연기가 불꽃의 화려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황홀한 광경에 한참 넋을 놓던 나는 문득 이 모순적인 기분에 휩쓸리게 되었다.

 

불꽃축제를 관람하는 약 30분을 위해 하루 종일 명당 자리를 위해 아침 일찍 집에 나와 기다리던 친구들, 삼각대를 두고 자리싸움을 하던 어른들, 통제가 안 되던 질서에 소리를 지르던 운영요원을 비롯해 길거리에서 불꽃을 관람하기 위해 길 한복판에 정차해 버린 차를 두고 울리는 클랙슨 소리 등 불꽃이 무대로 삼은 하늘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불꽃도 화약이다. 이 화약이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비극의 폭탄이 되기도, 환상적인 불꽃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 축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눈을 감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웠던 다채로운 불꽃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한 페이지가 되기도 했고, 이 시간이 누군가에겐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며, 이 불꽃축제를 기획한 사람들 역시 이 1분, 1초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 노력의 결과물이 이런 축제가 되어 수많은 인파들이 모이게 되고, 이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꼭 희극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불꽃축제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 화려한 겉모습만 존재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올해의 불꽃축제는 소중한 친구들과 환상적인 쇼를 보게 되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저 아름다움에 미처 보지 못할 뻔했던 것을 자욱한 검은 연기로 발견하게 되어 글을 적어본다.

 

 

[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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