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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예대생의 신분으로서 가장 꾸준히 한 활동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첫 번째는 창작일 것이고 두 번째는 봉사활동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는 돌아오는 방학마다 꾸준하게 봉사했다. 초기에는 봉사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강제성으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사진 촬영 봉사 같은 적성에 맞는 봉사를 찾으면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자발적인 의무감을 느끼고 실천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의무감이란 감정은 무언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봉사 앞에 '자원'을 달만큼 어찌 보면 봉사라는 건 자발적이고 그로 하여금 자기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연민에서 생겨난 의무감으로 하는 봉사는 옳은 것인지, 봉사의 실천은 많이 해봤지만, 봉사의 개념이나 정의, 그것으로 생겨나는 많은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번 오피니언을 통해 봉사에 관해 가진 궁금증들을 풀어내 볼 담론을 펼쳐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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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의 유래와 정의


 

보통 자원봉사 교육도 봉사 시간을 주는 경우가 많기에 교육을 들었다면, 자원봉사의 대략적인 의미와 어떤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원래 자원봉사(volunteer)라는 말은 라틴어의 "Volo"에서 "voluntas"가 유래되었는데, 이것은 인간의 자유의지,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의사라는 뜻이다. 즉,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으로 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전까지는 "군 복무를 자원하는 사람"으로 쓰이던 이 단어가 현대사회로 들어와서는 지역사회 활동에서 자원봉사의 의미는 1976년 맨서와 카스가 공저한 "Voluntarism at the crossroads"에서 등장했다.


책에서 말하는 자원봉사의 정의란 "자신이 선택한 자원봉사기관을 통하여 활동하고 창조, 실험하며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 있어서 최대의 자유를 향유하고, 민주적 과정에서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공익적인 요소를 증진하고, 촉진하기 위하여 자발적이고 사적인 노력에 따라 실천하는 활동과 그 기관이다."


나라마다 자원봉사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익, 자발성, 민주적'이라는 키워드를 공통으로 갖고 있다.


그 때문에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사기업에서 행하는 봉사활동보다 복지기관이나 구조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일손과 인력이 필요한 곳에서 일할 때 더욱 보람차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정의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목표인 사각지대에서 개인의 인권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민이 자원봉사에서 갖는 의미


 

대구광역시종합자원봉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과 자선활동은 분명히 구분된다. 자선활동은 인간의 선의를 바탕으로 하여, 가진 자가 못 가진 열등자에게 연민의 정을 베푼다는 동정적, 시혜적 정신으로서 일시적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 연민이란 감정은 다층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결과, 행동으로 그것으로 하여금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결코 부정적이기만 한 감정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앞서 다룬 현대 자원봉사의 키워드인 '민주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확연한 계급관계 아래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관념적으로도 구조적(일방향적)으로도 올바르지 못하다.


현대사회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은 선의의 활동으로 차별의식에서가 아닌 타인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파악하여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돕고 의지하는 관계를 맺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민과 동정이란 감정은 공감 능력이 발달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이런 기울어진 구조에 더욱 의문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자원봉사가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실행되어야 하는 이유


 

한번은 봉사하다 보면 자신을 혹사하면서까지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을 하루에 두 번 진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매우 지쳤다. 또한 봉사에 대한 열의가 사라져 언제 봉사가 끝나나 시계만 쳐다보게 되었다.


많은 봉사자의 착각 중 하나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선택권과 책임감을 대신 가져가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최종적인 봉사의 형태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 준 봉사를 또 다른 이로부터 다시 받는 것이다. 이러한 봉사의 순환구조는 사회적으로 타인에게 더욱 기댈 수 있는 믿음을 생성한다.


따라서,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단순한 성취감이나 자원봉사 시간의 기록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신뢰의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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