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물질주의와 혐오 - 몰타의 유대인
-
‘크리스토퍼 말로’의 스로테스크 코미디 <몰타의 유대인>이 오는 9월 2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초연을 올렸다. ‘크리스토퍼 말로’는 르네상스 시대, 셰익스피어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던 작가였다. 그의 작품 <몰타이 유대인>에는 돈밖에 모르는 유대인, ‘바라바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로그라인은 이러하다.
‘혐오와 돈에 대한 이야기.’
유대인 ‘바라바스’는 돈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그녀는 돈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실행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재산은 몰타의 지배층에 한순간에 빼앗겨 버린다. 그 후 그녀는 오로지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 악행에 더한 악행이 더해진다.
그녀를 파멸로 이끄는 자본, 물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연극이었다.
1. 물질주의
‘바라바스’는 지나친 물질주의자이다. 그녀는 돈을 좋아하고 보석을 좋아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어도 돈과 보석이 우선인 그녀는, 딸의 사랑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기독교로 개종한 딸을 죽여버린다.
바라바스의 행동을 바라보며 현대의 물질이 사회 전반적으로, 또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바라바스는 돈을 쫓는 삶을 산다. 하지만 그녀는 돈이 많기 때문에 돈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람을 죽이기도, 사람을 고용하기도, 사람을 이용하기도 한다. 바라바스 주변의 몰타 기득권층도 돈만 좇는 바라바스를 우스워하지만 동시에 바라바스의 돈을 위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다.
<몰타의 유대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어쩌면 지나친 물질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인물은 바라바스이지만 연극에 등장하는 교인들 또한 바라바스의 재산을 얻기 위해 다투고 죽음에 이르렀다.
연극 소품은 전부 ‘풍선’임에 주목해야 한다. 크게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은 소품들을 연극의 인물들이 직접 다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소품은 의자였다. 재산이 많고 탐욕도 많은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그 풍선 의자 위에 앉아 지시를 내리곤 했는데 그 의자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부풀어 있었다.
의자에 앉은 인물들의 끝은 좋지 않다.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죽고 죽이는 싸움이 시작되지만 탐욕과 물질주의에 빠진 인물들은 모두 그것만을 바라보다 죽어버린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가치, 물질과 자본. 그것은 때때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욕망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을 끝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다 부질없구나.’하는 생각이 들 게 될 정도로 모든 인물이 탐욕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바라바스마저도 종국엔 혼자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물질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분명하다. 물질과 자본이 사람의 가치 위로 올라와서는 안 된다.
2. 혐오
몰타에서는 유대인 바라바스를 마음껏 조롱한다. 그녀는 유대인이고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라바스 또한 몰타를 마음껏 조롱한다. 정확하게는 몰타의 사람들과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을. 연극에서는 인물들 간의 혐오가 코믹하게 그려진다. 대면하고 대화할 때는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며 웃어 보이지만 내면이 다르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연극에서의 인물들 관계를 보며 현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는 우리가 지금 ‘대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노라 말한다. 크게 틀린 말이 아닌 것이 SNS의 댓글만 보아도 누군가를 쉽게 비방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더 나아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흔히 말해 ‘정당화’를 시키는 게 부지기수다.
<몰타의 유대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바라바스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한다. 돈이 많아서, 돈밖에 몰라서, 몰타의 진정한 주민이 아니고 유대인이니까. 그것을 정당화하며 그녀에게 혐오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게 흥미로웠다. 바라바스 또한 몰타의 사람들을 혐오한다. 그들은 유대인이 아니고 돈도 없고 자신의 돈을 가져갈 생각뿐이니까. 혐오와 혐오가 맞물린 연극이었다.
그러한 혐오는 결국 살인의 명분으로, 수탈의 명분으로 서로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비극적인 이야기를 코미디로 그려냈기에 재밌게 관찰하며 볼 수 있었지만 <몰타의 유대인>의 내용 자체는 굉장히 암울하고 어둡다고 보았다.
혐오가 끊이지 않는 이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것을 끊어내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시기라고 본다.
3. 마지막으로...
물질주의와 혐오, 이것을 코믹하게 풀어낸 <몰타의 유대인>.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지만 현 사회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연극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탐욕과 물질, 또 혐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가치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삶은 쉽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김예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