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영 에디터의 플레이리스트
여러분은 하루에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인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필자는 한때 기상과 동시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드는 순간까지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음악활동을 하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듣기’를 멀리하고 있다. 합주실과 녹음실을 오가며 귀가 피로해졌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매주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되는, 특히 음악을 다루는 글들이 눈에 더욱 들어온다. 게을러진 나를 대신해,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찾아듣는 재미가 또 새롭다. 그중 매번 내 눈길을 끄는 글의 주인, 최서영 에디터를 지난 일요일 만났다.
최서영: 노래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책을 읽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녀의 글이 왜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만나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최서영 에디터는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노래 한 곡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글을 보면, 찾아듣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Q: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최서영: 하현상을 가장 좋아해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요. 목소리도 너무 제 취향이고요. 잔잔한 곡들도 있지만, 밴드 사운드의 노래도 많은데요, 귀에 타격이 크지 않은 사운드라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현상님이 무던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 무던함 속에서 생각하고 내뱉는게 많은 사람이라 마음이 가요. 늘 조용하고 꾸준히, 엄청난 것들을 들고 나오시거든요. 덕분에 “열심히 살아야지.. ” 하며 자극을 받아요. 현상님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해요!
Q: 밴드 중에서도 혹시 꼽아주신다면?
최서영: 라쿠나요! 어떻게 썼지 싶은 예쁜 가사들도 많고, 보컬 장경민님이 글을 자주 쓰거든요. 열심히 챙겨읽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Q: 라이브 공연도 찾아가 보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최서영: 지난해에 제가 외국으로 떠나야 해서, 하현상 첫 단독 콘서트를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너무 컸어요. “제발 내가 가기 전에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말 직전에 열려서 보고 왔던 기억이 있어요.
페스티벌이나 공연에 가면, 무대에 올라가 계시는 아티스트분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면 저도 행복해요. 그래서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이렇게 행복했으니 더 열심히 살아서 또 가야지!“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요. 내가 살아있다는걸 느껴요.
Q: 공연은 보통 혼자 가시나요?
최서영: 페스티벌은 보통 친구들이랑 같이 가요. 단독공연은 혼자 갈 때도 있고요. 아, 이번에 라쿠나 콘서트 가요!
이렇게 온몸으로, 공연을 즐기는 관람객이 내 무대를 보면 어떨까. 최서영 에디터는 잠시 공연자로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대체로 무대에서의 내 에너지를 좌우하는 건 관람객의 숫자다. 우리를 보러 온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아드레날린이 끓어오른다.
한편, 관람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날도 있기 마련이다. 텅 빈 클럽에서 40분 동안 실연을 가진 경험이 있다. 그날따라 흥이 오르지 않았던, 잊지 못할 기억이다.
최서영: 저는 제가 모르는 밴드 분들도 무대에서 처음 뵈면 너무너무 행복해요. 날 안보고 있을 테지만, 일단 웃고 열심히 뛰어요.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무대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서영 에디터처럼, 무대 자체를 즐겨주는 사람들을 혹시 내가 놓치진 않았을까. 내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살아있음’을 선물할 수 있도록, 더욱 행복하게 뛰어놀겠노라 다짐했다.
Q: 가장 좋아하시는 노랫말을 말씀해 주세요.
최서영: 못 고르겠어요…. 하현상의 ‘Highway’ 가사를 진짜 좋아하고, 라쿠나도 가사를 진짜 잘 쓰거든요..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건 사랑과 지구의 종말밖엔 없다고” - 라쿠나 ‘Sober’ 중
최서영: 저는 작곡이랑 작사가 너무너무 신기해요.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동경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필자가 음악에서 얻는 감동의 8할 이상은, 사운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일까. 곡을 쓸 때 가사 쓰는 것이 제일 어렵다. 음악을 들을 때 내가 어떤 상황인지, 기분이 어떤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서영 에디터는 이점에서 나와는 다른 성격의 애호가다. 와닿았던 가사를 묻는 질문에 숙고를 거듭한 이유는 아끼는 노랫말이 너무 많아서였다.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음악세계를 조금은 쫓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내 언어로 옮기는 것은 다소 주제넘는다는 생각이 들어, 최서영 에디터의 글을 공유해 본다.
Q: 잠시 사적인 질문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최서영: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단은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게 제겐 큰 목표인 것 같아요. 살아온 환경이나, 주변을 둘러보면 저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어요.
이것도, 저것도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 화를 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저네요. 조금 재밌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우리 둘 다, 잘될 수 있을 겁니다! 잘 되겠죠 뭐!(웃음)
근데, 잘 안되었다고 생각해도 결국엔 다 잘 되더라고요. 다들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가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흘러가서 도착한 곳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길 바라요.
며칠 전에 처음 동아리에 지원했어요! 지금은 일단 좋아하고,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에 조금씩 발을 담가보려 노력 중이에요!
최서영 에디터에게 인터뷰를 신청한 이유는 단 하나. 음악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섬세히 음악을 듣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색함이 조금은 풀어진 시점,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응원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음악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 영감이 떠오르길 바라는 건 요행을 기대한 것과 다름없었다. 최서영 에디터는 본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말해주었다.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잘 될거라는 파이팅도 잊지 않았다. 문화예술의 힘이란 타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줌에 있다. 음악을 매개로, 누군가로부터 충실히 나아갈 힘을 얻는 경험이 정말이지 새로웠다.
Q: 독자들에게 추천곡 하나 남겨주신다면?
최서영: 나상현씨 밴드의 ‘길’. 요즘에 많이 들어요!
최서영: 저는 세워둔 계획을 다 이행하지 못했을 때 오는 무기력함이나 불안감 때문에 인생 설계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나는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더 대단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끔씩 힘을 잃기도 해요. 그때마다 저희 어머니가 그러시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서영이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지원서를 썼어요. 내 모습 그대로 살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최서영 에디터가 아트인사이트에 지원할 당시 했던 생각이라고 한다. 2시간이 조금 안되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글로 들여다본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바로 확인했다. 그녀의 글을 쭉 읽고 있자면, 어떤 사람인지가 보이는 듯하다. 길진 않지만,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꾹꾹 눌러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애정들은 돌고 돌아, 스스로를 가리키고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돌아가는 길에 생각하며 어릴 적 들었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음악을 꺼냈다. 여러분도 잊고 있었던 ‘좋아하는’ 것들을, 최서영 에디터의 글을 읽으며 추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