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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CTS 아트홀에서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아킨 무시리는 약 400명의 재즈 언론인들이 멤버로 있는 재즈 저널리스트 협회에서 2015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 역시 ‘올해의 트럼페터’를 수상한 트럼펫터이다.


그는 밴드 멤버로 앰브로스의 음반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피아니스트 샘 해리스, 델로니어스 몽크 컴페티션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던 베이시스트 하리시 라가반, 그리고 뉴욕 재즈씬에서 가장 핫 한 드러머 저스틴 브라운과 함께 첫 내한 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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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에 수많은 관객들이 CTS 아트홀의 1층과 2층을 가득 채웠다.

 

공연 직전까지 이곳저곳에서 음악과 관련한 얘기와 더불어 그의 연주에 대한 기대가 들려왔다. 공연이 시작되고 곧이어 아킨무시리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밴드를 소개하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곧바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트럼펫으로 시작한 연주에 피아노, 베이스 그리고 드럼이 선율을 얹었다.


아킨무시리의 공연은 평소 재즈 연주에서 돋보이는 트럼펫 소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가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그러나 그의 공연에서 지금까지 보았던 음악 공연과는 조금 달랐던 부분이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공연은 관객들이 곡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짤막한 곡의 소개 이후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킨무시리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어떤 형식적 소개조차 없이 한시간 반동안 곡들이 휘몰아쳤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도 셋리스트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시작되기 이전에 밴드 서로의 눈을 맞추고 곡의 이름을 말하면 각 멤버들이 짧게 끄덕이는 동시에 연주가 시작되었다. 내한 공연에서 셋리스트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 그룹과 함께라면 미리 정해놓지 않는다”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그들의 공연은 ‘예측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이런 ’예측불가능함‘으로 인하여 곡의 진행이 더 기대되었다. 다음에 어떤 음들이 펼쳐질까 예상해보면서도 그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연주가 즐거웠다.


그들의 들려준 연주는 확실히 여느 재즈에서 들었던 가볍고 통통 튀는 듯한 그런 연주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에는 가벼웠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아주 묵직한 소리로 청중들에게 다가왔다. 어떤 연주에서는 점점 빨라지는 박자로 마치 무언가를 쫓고 쫓기는 듯 달리기도 하였다. 심지어 어떤 곡에서는 트럼펫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흘려보내며 바람 소리를 내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표현 방식이 색다르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킨무시리는 예쁘고 안정적인 소리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화음과 새로운 소리법 등 미래의 음악을 표현하고 있는 듯 하였다. 마치 그가 트럼펫이라는 악기로 다양한 소리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2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아킨무시리의 독창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였다.


재즈란 무엇일까.


재즈는 연주자의 개성이 크게 들어나는 악보대로 연주하고 이해해야 하는 클래식과는 다르게 재즈는 연주자의 스윙감 그리고 즉흥연주가 돋보이는 장르다. 즉흥성과 예측 불가능함 속에 자신의 음악적 세계를 투영하여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관객이 그들의 실험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재즈가 아닐까.


아킨무시리의 공연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재즈는 예측 불허였으나 그들이 주고 받는 호흡은 조화로웠고 아름다웠다. 악보나 지휘에 맞추는 연주가 아니라 그들의 연주하며 맞추는 호흡 그리고 마주치는 눈짓 하나하나가 음악이었으며 재즈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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