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곳에 기존의 예술은 없다 -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
"왜 내가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하죠? 나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어떤 것을 찾아야 했어요, 나의 작품에는 무언가 있지만 나는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관람객이 그것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아요." - 하비에르 카예하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은 아티스트, 하비에르 카예하는 "이곳에 예술은 없다(No Art Here)"이라는 제목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스페인 출신 작가로 세계 미술시장에서 경매가를 경신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비에르 카예하는 기존의 예술을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을 하는 작가다. '이곳에 예술은 없다'라는 예술에 대한 도발적인 선언을 하며 예술에 대한 관객들이 직접 생각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졌다. 그는 역사적 예술 사조에 편입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다른 아티스트와 달라지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난해한 현대미술에 염증을 느낀 그는 온전한 자신을 나타내는 독창성에 몰두하며 창작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곳에 예술은 없다(No Art Here)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 표시와 그 앞에 이곳에 예술은 없다 푯말이 있다. 그리고 전시장 한 칸은 새하얀 벽이고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하얀 종이와 액자 작품이 한 점 걸려있다. 그리고 전시는 끝났다면서 출구 표시가 있다.
당황스러웠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이 전시장인 것일까. 정말 예술작품이 없어서 예술이 없다고 말한 걸까. 단조롭고 지루한 흰 벽이 이어지는, 기존의 예술 전시들을 비판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전시돼있지 않은 이 공간은 하비에르 카예하의 유머 섞인 농담이 담긴 공간이었다.
다음 방으로 넘어가니 방금 전 방과는 달리 벽과 공간이 회화와 조각으로 둘러싸인 화려하고 알차게 채운 전시 공간이 나타난다.
눈이 큰 아이
눈이 큰 아이로 유명한 그의 캐릭터들이 가득한 공간이 나타난다. 만화적인 그림과 대조적이지만 사실적인 눈빛. 이 현실과 만화 사이의 아이러니는 시각적 충돌을 만들어낸다. 슬픔과 안도, 규칙과 반항, 경이로움과 실망, 순수와 냉소 두 개념을 한 번에 받아들이며 관객은 섬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눈이 큰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옆엔 귀여운 검은 고양이가 위치했다. 실제 검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 늘 자신 옆에 있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표현한 것 같았다. 작품들은 모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예술의 가치는 이라 생각하는데, 이 전시가 딱 그런 전시였다. 작품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귀여운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며 점차 기분이 환기가 되고 행복한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퍼져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작품 밖까지 모두 작품으로. 벽과 액자가 나뉜 지루한 미술관이 아닌, 배경까지도 모두 작품이 되는 전시였다.
유명 캐릭터들과 콜라보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자신의 캐릭터대로 재해석한 미키마우스,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오마주해 벽에 걸려있는 자신을 만든 작품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였다.
눈이 큰 아이는 어느 정도 작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초기 시절부터 여러 작품을 만들며 실험을 해오다가 결국 자신이 온전히 담긴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여러 시도 끝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캐릭터는 빛나는 눈빛과 끌리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전시
전시장에는 캡션이나 섹션마다 설명글이 없었다. 관객이 오직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작품들, 눈이 큰 아이와 고양이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해설해 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답과 같은 개념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고 오직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진정한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은 작품은 누군가가 써놓은 해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 작품을 마주한 관객이 상상하는 것, 관객이 느끼는 것에서 완성되는 것이었다.
작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예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은 예술을 하는 것.
크기에 관한 놀이와 실험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거대한 책상과 의자가 준비돼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커 보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볼 수 있고 상상력을 실현시켜 상상력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하비에르 카예하가 만들어낸, 또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담은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상상력의 공간이 많이 구현돼 있었다. sns에 남길 수 있는 포토죤이 많아 다양한 세대에게 매력적인 전시였다.
그에 대한 가치관과 그의 일생을 볼 수 있는 인터뷰 영상도 준비돼 있었다.
작가는 25살에 미술을 늦게 시작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결정한 선택이었다. 그는 아주 작은 작품부터 시작했다. 그래야 빠르게 작품이 완성되고, 프로젝트를 끝맺을 수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예술가가 될 수 있었고, 작품을 많이 보유한 작가가 되었다. 작은 갤러리에서 컨텍이 들어오고 그는 전시를 이어나갔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 자신의 목표에 빠르게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작은 작품을 만들며 작가의 커리어를 쌓아왔던 작가는 말한다. 작품의 크기는 그 자체의 크기가 아니다. 작품은 크기보다 훨씬 만은 것을 담고 있다. 크기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것 중 일부일 뿐이다. 자신의 작품은 관객의 상상력이 그리는 만큼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독창성은 완전한 정체성에서 나온다
카예하는 요시모토 나라와 작화가 비슷해 그의 어시스트라는 의혹이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의문들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다.
"독창적이기 위해서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
같은 분야에서 무언갈 할 때 다른 사람과 결과물이 비슷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정말 자기 자신인가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사람마다 사용하는 도구가 비슷할 수 있다. 독창성의 핵심은 '자신의 정체성'이다.
작가는 '인생이 힘들어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카예하는 희망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고 싶단 말을 전한다. 그의 그림 속 아이는 세잎클로버를 가지고도 행복해한다. 세잎클로버는 네잎로버보다 흔하고 주변에 있는 것이다. 그 아이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행복하기 위해 행운이 필요한 건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흔한 것에서 만족한다면 일상을 행복하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생을 살며 실패와 고난이 있지만 우리가 경험한 실패가 완전한 실패가 아니라는 법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비에르 카예하라는 사람의 가치관을 듣고 그의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캡션이 없이도 충분히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고 작품세계가 이해되는 전시였다. 귀여운 작품들이 가득한 전시공간에서 기분전환의 의미로도 충분하고, 작가의 세계관에 녹아들어 온전한 나와 독창성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을 바라보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고 기존의 예술에서 자유로워지는 관점을 얻고 싶다면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관람을 추천한다.
[이소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