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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Intro


 

그들의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건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만나던 애인이 예전부터 이 밴드의 음악을 너무 좋아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는데, 버스에서 이어폰을 꽂고 가만히 첫 소절을 들었을 때의 그 전율과 파동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필자는 원래 가사를 깊게 읽지 않고, 멜로디에 집중해 듣는 편이다. 그렇지만 4분이 조금 못 되는 노래를 듣는 내내 가사를 곱씹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순히 멜로디를 부르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듣는 이에게 한 마디 한 마디를 툭툭 뱉는 듯한 투박하고 짙은 분위기에 매료된 것이다.

 

헤이의 노래는 마치 자신의 회고록, 그중 애정담 챕터를 찬찬히 읽어주는 듯한 감상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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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1996


 

Hey 1996은 박영원(보컬, 기타) 김영곤(드럼), 이주영(베이스), 전태상(신디사이저)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부산에 있는 대학교에서 선후배로 만나 밴드를 결성하였고, 이후 제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동경하는 20세기 시절의 멜로디와 노랫말을 담은 로맨스 음악을 주로 하여, 대부분의 노래가 ‘사랑’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보통 곡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보컬, 박영원의 목소리 덕에 헤이의 노래는 빈티지한 매력을 자아낸다. 마치 빛바랜듯 퇴색된 느낌의 거친 음색은 그래서인지 더 담담한 울림과 꽉 찬 진정성을 들려준다.


이제 헤이가 전하는 ‘로맨스’를 찬찬히 살펴보자.

 

 

 

난 오늘도 네 맘속에 살아


 

 

 

난 오늘도 네 맘속에 살아

내 뻔해지는 말들에 지쳐하지는 말아

난 오늘도 살아 숨 쉬는 너의 표정에

하루를 같이 끝내고픈 맘이야

 

 

 

언젠가 다시


 

 

 

우리는 왜 그 흔한 한 번의 미움도 없이

끝을 마주했는지

우리는 왜 그 뻔한 한 번의 의심도 없이

사랑만 했는지

이걸 다 내가 만든 걸 알면서도

이걸 다 네가 한 거처럼 한 거처럼

 

 


사랑예찬가


 

 

 

하나만 물어볼게요

나름 사랑이라 생각했나요

쉽사리 얻지 못했던 네 사랑이니까

내가 아픈 게 다 맞아요


/


한 번 더 물어볼게요

나는 사랑이라 생각했어요

너가 날 부정한데도 난 사랑이니까

그냥 모른척해 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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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비가 아주 많이 내려 우산으로도 온몸이 젖는 것을 막을 수 없던 어느 날, 애인과 나는 기다리던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 실제로 듣는 헤이의 음악은 더 심장을 쿵쿵 울렸다. 그들이 노래하는 로맨스의 깊이를 감히 짐작할 수 없게 하였고 짙은 잔상을 남겼다.


축축한 요즈음 가만히 앉아 듣는 Hey 1996의 노래는 유독 내 여름의 사랑을 더 먹먹하게 적신다.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낭만의 형태를 남김없이 누리길 바란다. 한여름 장마처럼 결코 그들의 이야기가 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만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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