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 고해상도 프로젝트, 물성을 가진 지적 유산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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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만약에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한동안 인터넷을 휩쓸었던 질문이다. 주로 딸들이 이런 질문을 하고, 어머니(혹은 아버지)가 부모 세대 특유의 유머를 활용하거나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답변을 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라는 도식을 성립한 것이 문학사 내 가정불화의 대명사 카프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질문의 대상이 부모가 된다는 건 여러 생각을 낳는다.
우리는 카프카가 그의 부모와 불화가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의 절친한 친구 막스 브로트가 카프카의 유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 달라는 친구의 부탁과 다르게 미완성 원고를 비롯한 일기와 편지, 전기까지 편집 및 출간하며 그의 정신적 유산을 세상에 알렸다. 죽은 사람의 뜻과 배치되더라도 결국 결정은 살아남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 유언 집행의 미묘한 부분이다.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이렇게 불태워지지 않은 원고들, 물성을 가진 그의 지적 유산이 과연 누구에게 상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긴 싸움을 기록한 책이다. 카프카가 사망한 지 80여 년, 브로트가 사망한 지 4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작가 사후 국제적 명성을 이룩한 유고들은 국제적 분쟁까지 비화한다.
책은 웅장한 이스라엘 법원에 에바 호페라는 노부인이 앉아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2007년 이스라엘 당국이 텔아비브에 사는 에바 호페에게 카프카와 브로트의 원고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브로트는 사후 자신의 원고와 친구 카프카의 원고를 자신의 비서에게 증여했고, 그것이 에바 호페의 어머니 에스테르 호페였다. 에스테르가 사망한 후 그의 두 딸이 상속 절차를 통해 원고를 증여받으려 하자,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측이 그 딸들에게는 상속받을 자격이 없으며 원고들은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렇게 소송은 텔아비브 가정법원에서 시작되어 지방법원을 거쳐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문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사이즈로 커져 온갖 법적, 윤리적, 정치적 딜레마로 가득한 분쟁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전문 법 영역, 문학적 차원과 민족주의 레토릭까지 다양한 영역의 언어를 알게 된다. 또한 작가의 능수능란한 실력으로 카프카의 실제 삶과 병치되는 구성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자장 안에 놓인 장대한 소송 과정과 그에 얽힌 이해관계를 탐독, 문학 유산의 진정한 소유권에 대해 고찰할 수 있다.
문보영 작가는 저서 <일기시대>에서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우리는 카프카의 일기 같은 책을, 일기 같은 편지를 읽으며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 불필요하게 많이 알았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작가를 좋아하는 일은 다른 것이라지만 우리에게 보여진 카프카가 과했던 탓에 그의 외로움이나 슬픔 같은 것들을 완전히 미워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가 없는 자리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죽음 이후의 소유권에 대해 생각한다.
카프카 혹은 카프카의 절친한 친구 등 관련인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논의를 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카프카에 대한 우리의 인식 내지는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생각해볼만 하다.
[김지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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