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단지 생물학적 과정으로서 성장과 노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 관계 맺음은 다양한 층위에서 우리의 신체에 변형을 가하며 일련의 흔적들을 남긴다.
고등어 작가는 이처럼 관계를 통해 형성되고 변화하는 주체의 신체성을 다룬다. 작가가 탐구하는 신체는 주체 바깥의 신체로, 사회 구조 속에서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두 번째 신체’이다. 그의 작업은 세계의 구조 속에 놓인 신체를 화면 안에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간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길드는 서로들》은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관계 맺기로 설정하고, 고등어 작가의 작업을 건축과 연결지어 전시의 맥락에 놓았다. 굴뚝, 창문, 계단과 같은 건축 요소와 손, 발, 머리카락 같은 신체 일부는 서로 유비되어 관계 맺음이 일어나고 내러티브가 구축되는 공간으로 여겨지며, 그러한 사건들 속에서 건축물과 신체는 변화한다.
전시에서 선보인 〈살갗의 사건〉(2015-2017) 연작은 타자와의 육체적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두 번째 신체를 다룬다. 각각의 드로잉은 고유한 내러티브를 가지면서도, 꿈을 눈 앞에 펼쳐놓은 것과 같이 갖은 이미지들이 병치되고 혼재되어 나타나면서 단선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나무 아래 모닥불을 쬐는 사람들과 그 아래 흐물거리는 살점을 뜯어먹는 동물들이나, 달을 바라보는 개와 병치된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 등 동식물과 사람들이 성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
신체에 직접적으로 새겨지고 기억된 흔적, 그리고 이것이 만들어낸 두 번째 신체는 언어의 논리 구조로 풀어낼 수 없는 지극히 감각적인 차원에서 그려진다.
한편, 최근의 연필 드로잉 〈Crash〉(2022) 연작은 천둥과 번개에 대한 작가의 유년시절 이야기와 소고가 담겨있다.
어릴 적 번개가 치는 날이면 침대 밑에서 숨죽이고 천둥소리를 기다렸던 작가는 성인이 된 후 문득 번개가 과거에 자신이 경험한 것들, 천둥은 그것이 현재의 자신에게 발현한 흔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Crash〉에서 보이는 각기 다른 풍경 속 다양한 형태의 번개는 작가가 경험한 사건들을 환유한다. 작가는 현재의 신체에 나타나는 징후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회고적으로 바라보며 새로이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페인팅 작업 〈Sophia〉(2022)는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만큼 회화와 내러티브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고등어는 신체를 통해 관계 맺기를 이야기한다. 그 방식은 변화하는 신체를 복기하고 흔적을 찾아내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신체적 층위에서 형성된 내러티브는 우리로 하여금 잊고 있던 감각의 기억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