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문장은 사안의 사회성을 강조하고자 할 때 활용되는 문장이다.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이 촘촘히 연결된 현대에 살면서 너와 나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얼마나 맞는 말일 수 있을까. 정말로 나의 문제는 너의 문제인가. 결국 나의 문제는 나만의 것으로 남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너의 문제가 나의 문제라는 선언은 그 자체로 사실인 것이 아니라 결국 그 문장을 현실로 만드는 어떤 과정에 빚지고 있는 셈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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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4년 5월 말 혜화동 1번지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연극 <가덕, 도를 아십니까?>가 상연됐다. 왜 부산의 이야기를 서울 한복판에서 해야 했을까. 왜 가덕도의 이야기를 평생 가덕도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해서 연극은 자기 자신이 관객과 가덕도를 연결되는 고리가 되기를 자처하는 듯했다.

 

 

 

연극 아닌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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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를 아십니까>는 연극이지만 연극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연극은 ‘배우가 각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무대 예술’이다. 그렇다면 연극을 위해서는 배우와 각본, 대사 혹은 동작, 그리고 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정의들에 따르면 <가덕,도를 아십니까>는 연극이 맞으나 직업 배우를 기용하지 않았으며 서사성이 낮은 각본으로 인하여 마치 문화제를 구경하는 기분에 가까웠다.


<가덕, 도를 아십니까?>요는 전문(직업으로서의)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기후 위기 시대 신공항 건설로 인해 우리의 미래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시민이 무대 위에 선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 위 시민들은 본인을 배우로 소개하지도 않으며 관객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다듬은 연기를 펼치지도 않는다. 무대 시작 전 배우들은 다 같이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극 중에도 자신의 차례가 아니면 다시 관객석에 돌아와 앉았다. 음향 및 조명 조절 장치 역시 관객석 바로 옆에 설치해 배우들이 돌아가며 작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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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의 구성을 따르고 대본이 있음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배우로서의 나와 관객으로서의 너를 상정하지 않는 형식이라는 점과 짧은 회차임에도 매일 연극 내용이 상이해진다는 점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 위의 장면들을 연극으로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가덕,도를 아십니까>의 구성은 프롤로그와 제1막, 제2막 그리고 에필로그로 이루어진다. 프롤로그에는 무대에 선 다양한 시민들이 공연을 하기 위해 소극장까지 온 길에 관해 설명한다. 이후 제1막에서는 기후 위기 연구자가 등장하여 가덕도 신공항이 환경과 기후,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제2막에는 텃새들이 나와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활동가와의 대화가 영상을 통해 공유된다. 마지막 프롤로그에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문제에 연대해 온 다른 시민이 등장하여 자신이 가덕도에 대해 느끼는 감상에 대하여 소개한다. 에필로그 일부와 1막의 연구자 해설, 2막 텃새들의 대화와 영상은 고정된 대사를 따르지만 이외에는 매 회차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이다.

 

 

 

이렇게 나는 참여자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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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덕도를 알지 못하였다. 부산의 가덕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지어진다는 소식 때문이었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2021년 2월 26일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지 불과 3개월여 만이었다. 그리고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로, 항공산업 자체가 극심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항공산업에 종사하던 다수의 노동자가 실직하고 해고를 당해야 했다. 그러나 사회 모든 분야가 그러했듯, 코로나라는 조건은 하나의 반사경일 뿐이었다. 한국의 항공산업은 팬데믹 이전에도 고질적인 만성 적자를 겪고 있었고-적은 국토 면적에 비해 과하게 배치된 항공편 및 공항으로 인하여-비합리적 노선 배치는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 14곳 중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흑자를 기록한 곳은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제주공항 단 3곳이다. 나머지 11곳은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영업손실을 기록한 무안국제공항의 2022년 활주로 이용률은 0.1%였다.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근거는 보통 지역 경제 활성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토 면적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 경제성이 있는 공항은 많지 않으며, 그렇기에 경제 활성화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공항의 만성 적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메꿔진다.


경제성이 있는 공항이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가덕도와 제주도, 새만금에 추진 중인 세 공항이 지어지면 해마다 100만t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확장의 20세기를 지나 앞으로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시대는 장기 저성장의 시대이다. 기후 위기는 이미 오늘의 현실이며 저출생과 고령화의 문제는 한국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전국 각지에서 계획 단계에 있거나 건설이 추진 중인 신공항은 8개나 된다. 이 공항들은 정말 필요한 게 맞는가?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연극의 1막에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성을 연구한 연구자의 해설이 등장한다. 연극에서 연구자의 수업을 듣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어서 연구자는 시나리오 방법론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치화된 데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시민에게 이해시키고자 할 때, 영향성 평가의 내용을 담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했다. 내가 관람한 회차에서 등장한 인물은 부산에서 토박이로 살았지만, 높아진 해안선으로 인하여 2050년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극은, 시나리오는 현실과 이렇게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아직 오지 않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하루에 고흐 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을 동시에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있다. 현대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과 배치되어 있는 조각들은 모두 해석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자본주의를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지나치게 싫어하는 작품들뿐이었다. 큰 노력 없이 관람객은 의미를 해석할 수 있었고, 사진을 찍기 좋게 미술관 내부는 내내 밝았다. 앞서 방문한 고흐 미술관에서 고흐가 죽기 직전까지 정신병동에서 그렸던 덤불들을 떠올리자 영 흥미가 가지 않는 작품들이었다.


또 다른 기억은 2022년 국립극단에서 진행한 연극 ‘기후비상사태:리허설’이다. 기후 위기와 관련된 연극임은 인지하고 갔으나, 파열음처럼 이어지는 대사 처리, 빈약한 서사성과 세트의 비효율적 활용, 무엇보다 단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하기만 하는 방법에서 오는 어떤 지겨움까지. 나는 이 연극을 통해 예술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방법들에 대한 피곤함을 느꼈다. 관객 혹은 관람객의 해석 및 감상 가능성을 낮춘 작품을 볼 때, 나는 창작자가 나에게 답을 원한다고 느끼게 되고 큰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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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 도를 아십니까?>는 앞선 두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을 두고 있는 연극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연극은 정말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연극이라는 형식을 꼭꼭 씹어 먹은 이 작품은 연극이라는 문화예술의 한 장르를 이용할 것이라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은 연극이지만 연극이 아니다. 기후 위기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한 방법으로 시나리오를 사용하는 것처럼. 또한 공연자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돌려 말할 틈이 없는 급박함을 무대에서 강하게 느꼈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연극은 유별나거나 눈에 띄게 탁월한 부분이 없지만, 그렇기에 탁월했다. 나는 연루되어 버렸구나. 극장을 나가며 관객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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