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열정과 의지를 지닌 사람만큼 아름답고 멋진 사람은 없다 -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 제8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24.05.21 10: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512_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 제8회 정기연주회_포스터.jpg

 

 

보통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종류의 악기로 구성된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등의 현악기와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 등의 목관악기, 트럼펫-트럼본-호른 등의 금관악기, 북-심벌즈 등의 타악기로 말이다. 가끔은 여기에 피아노도 들어갈 때가 있다.

 

대형 같은 경우 지휘자를 중심으로 현악기가 둘러싸면 그 뒤를 목관악기, 금관악기가 지탱한다. 혼자서도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타악기는 맨 뒤쪽에 배치한다.

 

오케스트라의 묘미라면, 이렇게 많은 악기들이 모여 한몸처럼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맛이다. 오케스트라를 보러 갈 때면, 오케스트라 자체보다는 곡에 좀 더 신경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다만... 이번 공연은 조금 특별했다. 현악기없이 금관악기, 그것도 트럼펫으로만 구성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음? 재밌겠는데?' 싶어서 바로 공연 관람을 신청했다.

 

공연이 열리는 국립극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높은 곳에 국립극장 혼자 덩그라니 놓여있어 올라오기 힘들었지만 올라올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사진 한 장을 첨부한다. 사진이 실물을 살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여러분도 국립극장에 공연을 보러가면 꼭 주위를 둘러보시라. 높은 곳의 장점은 풍경이 아름답다는 점이니 말이다. 마치 등산의 묘미와 비슷하다.

 

 

[크기변환]dKakaoTalk_20240520_210511930.jpg

 

 

이번 공연을 연주한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은 2013년 창단해 국내 최초의 100인조 트럼펫 창단 연주 기록을 가진 금관 앙상블 단체다. 단원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며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모두 모여있다. 협연자는 1부에 손장원 트럼펫 연주자, 2부에 김동규 바리톤이다.

 

곡의 순서는 템포가 느린 곡에서 템포가 빠른 순으로 배치돼 있었다. 그 덕분에 2부의 곡들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재즈 곡을 연주해서 그런지 신나고 눈을 뗄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다. 트럼펫이란 악기 자체가 힘있게 팍!! 치고 갈때 매력적인 악기 아닌가.

 

쉴새없이 몰아치는 트럼펫 뒤에는 모든 청중을 압도하는 드럼이 있다. 지휘가 없을 때 중심을 잡고 이끌어가는 드럼답게 제몫을 톡톡히 해줬다. 어찌나 연주가 화려한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까딱거리고 있었다. 힘있는 트럼펫과 존재감이 강한 드럼의 조화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2부 한정 한번 더 보고 싶을 정도다.

 


포스터용2.jpg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은 전문 연주 단체가 아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있어 곡의 완성도는 조금 떨어진다. 곡을 맞출 기간도 길지 않았던 듯 하다. 2022년 하반기에 새로 입단할 연주자를 받았으니 말이다. 프로란 진행의 능숙함은 물론이요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비슷하게 큰 줄기는 잘 이어갔으나 세심한 부분들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다만 중요한 건 음악을 향한 열정이라 생각한다. 이번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을 보는 내내 애정하는 드라마인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났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단원들은 프로 연주자가 아닌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온갖 수난이란 수난은 다 당한다.

 

지휘자에게 평생 먹을 욕을 액기스로 들이먹는 건 기본이요, 프로 연주자들과 비교당하며 자존감도 깎이고 학력과 경력을 이유로 잘릴 위기도 수십번, 열기로 했던 공연이 불발돼 연주 기회를 잃기도 한다. 어찌저찌 잡게 된 공연날은 천재지변으로 악기가 부서지는 일이 생기고 그 와중에 분노한 수난민에 의해 공연이 큰 위기에 빠진다.

 

'합창'을 연주해야 하는데 합창단이 파업해 합창 없이 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예술을 무시하는 정치권의 압박으로 오케스트라가 통으로 해산될 위기도 처한다. 여기에 단원 개개인에게 닥치는 풍파들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다.

 

드라마기 때문에 평생 한 번 겪을 위기상황을 쓸어모아 쑤셔 넣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일들이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향한 열정을 내려놓지 않는다.

 

음악을 위해 살고 음악하기 위해 산다.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이 그런 위기를 겪었냐 하면, 그건 내가 아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그렇다, 아니다 얘기할 순 없다.

 

다만 나이, 학력, 경력, 지역을 떠나 오로지 음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여는 공연인 만큼 실력의 여부는 내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열정과 의지를 지닌 사람만큼 아름답고 멋진 사람은 없다. 프로의 완벽한 연주가 눈길을 끄는 때가 많지만 아마추어의 집요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을 때도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다.

 

 

 

컬처리스트.jpg

 

 

[김재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1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