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너무 힙한데 국내 브랜드였어? 하는 브랜드 원탑, 바로 젠틀몬스터이다. 아이웨어 브랜드 답게 오감 중 시각을 완전히 사로잡는 독특한 구조물들, 여느 현대미술 전시를 방불케하는 오브제들은 소비자들의 시각 뿐만 아니라 발걸음도, 지갑도 완전히 붙잡았나 보다.
2011년 교육계에 몸 담고 있던 김한국 대표가 일으킨 젠틀몬스터는 채 십여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선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가 되었다. 론칭 10년만인 2021년 전세계 30개국에 400여개의 매장에 진출했으며 1조원의 놀라운 기업가치를 달성하였다. 기존 명품 브랜드의 입지가 견고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브랜드 슬로건인 "MAKE NEW FANTASY!"와 "사람은 누구나 내재된 욕망이 있고 그게 바로 몬스터적인 부분"이라는 네이밍을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젠틀몬스터의 공간이다. 그 중 하우스 도산은 젠틀몬스터가 선보일 UNPOTEND: FUTURE 라는 주제의 첫번째 프로젝트로 알려져있다.
공간 중앙에 설치된 거대 설치물은 아티스트 프레드릭 헤이만과의 협업을 통해 그의 3D 작업물을 실물화시킨 작업이다. 이는 젠틀몬스터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도 도전정신을 드러내는 하우스도산의 시그니처 그 자체다. 프리데릭 헤이만은 벨기에 앤트워프 출신의 아티스트로, 2D 기법의 촬영으로는 자신의 창작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고 여겨 3D 세계의 재현 방법을 연구해 인간의 욕망과 변형을 표현하곤 한다. 이를 위해 실제 인간 군상을 3D로 스캐닝하여 블루프린트를 제작한다.이 프로젝트 외에도 버버리의 스니커즈 아서(Arthur)의 3D 프로덕션을 맡은 바 있다.
하우스 도산의 2층과 3층에는 각각 '안경 전용' 매장과 '선글라스 전용' 매장이 위치한다. 이는 젠틀몬스터가 안경과 선글라스가 가진 각 제품의 본질을 분리된 감정으로 바라보자는 실험정신과 맞닿아 있다. 두 공간은 서로 대비되는 무드와 컨셉을 표현하면서도, 젠틀몬스터가 추구하고자하는 새로움을 축으로 하여 한데 어우러진다.
젠틀몬스터의 안경 제품만을 선보이는 2층은 ‘미니멀’과 ‘절제’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심플한 공간에 대비되는 색채감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중앙부 미디어 인스톨레이션에서 흘러나오는 런던과 베를린 기반의 아티스트 조나스 린드스트롬의 영상 ‘TRUTH OR DARE’이 무게감있는 리듬감을 섞어놓는다.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 설치미술과 디지털 미디어가 결합되어 디지털 매체의 도구의 속성이 잘 드러나는 혼성작품
3층의 공간은 시제를 알 수 없다. 젠틀몬스터 로봇 랩에서 1년 여의 시간을 연구한 끝에 만들어낸 '육족' 보행 로봇인 TEH PROBE는 거대한 몸체와 섬세한 외피로 이루어진 기계 생명체로 미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THE PROBE는 하우스도산의 상징으로 끊임없이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시키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을 잘 대표한다. 또한 맞물리지 않는 두 세계가 조우하는 순간을 그린 ‘UNOPENED: THE PROBE’ 캠페인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익숙한 풍경 속에 놓인 생경한 존재 ‘프로브’가 보여주는 새로운 무드를 전면적으로 내세워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젠틀몬스터 2021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젠틀몬스터는 세계 각국 400여개의 지점 하나하나에 다른 테마와 스토리를 담는데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를 젠틀몬스터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중시하는 바를 잘 설명해준다.
공간을 통해 충격과 동경이라는 감정을 자극하고 소비자가 위어드 뷰티를 몸소 체험하고, 이것의 다만 시각적 유희가 아닌 젠틀몬스터의 도전정신을 각인시키는 '이야기'로 기능한다는 것은 젠틀몬스터의 지나온 10년, 앞으로의 수십년을 이끌 중요한 브랜드 자산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