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에게는 구원이었을 - 그림이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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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종이란 종이는 모두 모으던 시절부터 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었다.
요령이 부족해 금방 손목이 저려오고 한번 꽂히면 끝도 없이 그것만 파던 성격 탓에 똑같은 그림만 여러 장이 나와도 즐거웠다. 그림은 나만이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이자 꿈이었다. 그림 속 여인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몇 번이고 덧칠하고 색감을 새겨 넣었던 화가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하며 이 책을 열었다.
그림과 위로를 하나로 연결 지은 제목과 같이,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과 수많은 무명 화가들은 공통적으로 그림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또 보는 이로 하여금 그것을 공유한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 남들이 보기에 비참하고 괴로운 인생사는 도리어 화가로 하여금 더 빛나는 세상을 그려내고 창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위로, 희망, 치유, 휴식으로 이어지는 이 책 속의 작은 미술관들은 감상자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시대는 달랐지만 같은 고통과 상처를 가졌던 화가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함께 쉬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그들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대중의 관심을 얻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며 즐겁게 창작 활동을 이어나간 것은 아니다. 생전 빛 한번 보지 못하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뒤늦게 찬사를 받은 이들이 허다하다.
비록 그 현장을 직접 누리진 못했더라도, 그들이 정성스레 그려낸 작품들은 처음 탄생하던 그 시기의 가치 그대로 지금까지 전해져온다. 같은 하늘을 보고 연못 위 꽃들을 보아도 어느 그림 하나 같은 것이 없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상처와 위로를 받는 포인트도 다르겠지만, 어느 그림을 보고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치유를 받는다는 것은 그 그림을 그린 이 또한도 같은 것을 느끼며 그림을 그렸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모네와 세잔같이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도 좋지만,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의 작품들 또한도 감각적인 표현과 색채들이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어 특히 좋았다.
흔히 그림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신과 먼 이야기로 표현하고,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며 연필을 드는 것도 꺼려 하는 이들이 많다. 책 속에 등장하는 화가들도 처음부터 재능이 있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그림이 재능 있는 화가의 그림보다 더 풍부하고 깊이감 있게 표현될 때가 있듯, 어떠한 기준이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로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는 것이 비로소 그리는 이로 하여금 온전한 행복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작은 위로를 얻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은 이들에게, 한 번쯤은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작은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겨보라고 전하고 싶다. 사진이나 글로는 담을 수 없는, 나의 따뜻한 시야로 바라본 대상들의 세상에서 하나뿐인 그림들이 언제까지고 남아 당신에게 위로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상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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