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느 날 아침에 받은 구원 -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글 입력 2024.05.1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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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영화 <흐르는 대로>를 통해 일본에서의 배우 활동을 재개했던 카라타 에리카가 2019년 방영했던 <아스달 연대기> 이후 오랜만에 국내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이시바시 감독은 카라타 에리카와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배우의 고유한 성격과 말투 등을 영화 속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이이즈카가 주변인들에게 건네는 모든 말과 여타의 독백, 내레이션을 통해 전하는 속마음이 마치 카라타 에리카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밀한 생각과 감정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그녀가 이이즈카라는 캐릭터의 입을 빌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고백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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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즈카는 옛 친구인 오오토모와 재회하기 전까지 다른 인물들과 불필요하거나 무목적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대화를 지속함으로써 감정을 억지로 꾸며내거나 가장하지 않으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관계의 발전은 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이즈카 역시 알고 있지만 그것을 행동에 옮길 의지도, 이유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공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이 텅 비어버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내어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녀는 그저 버틸 뿐이다.

 

매일 같이 타성에 젖은 채 어제의 모습을 되풀이하는 이이즈카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녀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할 때, 나는 분명 그녀로부터 두 인물을 발견했다. 카라타 에리카, 그리고 나 자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공허함을 안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공허함을 만들거나 키우기도 하고 반대로 채워주기도 한다. 모두가 그렇듯이 문득 찾아온 어느 날 아침에 발견한 공허함. 언제부터였는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분명한 감정들.

 

무엇을 중심으로 나의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만큼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던 나의 모습이 그녀로부터 자꾸만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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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필요한 대화들을 배제한 채 그녀만의 거리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관계를 이어나가던 이이즈카는 오오토모를 만나 변화한다.

 

서로의 사소한 일상과 추억을 공유하거나 별다른 이유와 목적 없이도 함께 볼링을 치고 저녁을 먹는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고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에 이유나 목적이 요구되지 않는 대화 역시 가능하다.

 

함께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동창생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 지나치지 않고 그를 도와준 이유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이즈카의 변화된 모습들을 확인하며 내게도 생겼던 여러 변화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공허함을 채워나가는 방식은 달라도 그것이 주는 위로와 따스함은 강한 동질감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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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과 마찬가지로 구원은 어느 날 아침에 찾아온다. 애써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았던 것들이 어느새 내 옆에 자리할 때,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을 때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차분한 미소를 만들어 줄 때,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숨겨왔던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 솔직하게 고백할 때.

 

여전히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침에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올 구원을 위해 이 영화를 언젠가 스쳐 지나간 인사말처럼 건네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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