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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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뮤지컬이란 장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우리는 왜 어떤 이야기를 노래로 들을 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내가 인생에서 본 첫 뮤지컬 공연은 수능이 끝난 후 받은 첫 알바비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큰마음을 먹고 예매한 <영웅>이었다. 좋았지만, 동시에 큰 감흥은 없었기도 하다. 내가 뮤지컬을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이후에 우연한 계기로 뮤지컬 넘버들을 즐겨 되면서였다.

 

그때의 나는 <지킬 앤드 하이드>를, <엘리자벳>을, <웃는 남자>를, <스위니 토드>를, 인제야 <영웅>을, <노트르담 드 파리>를, <레미제라블>을, <프랑켄슈타인>을, <마틸다>를, <위키드>와 <레베카>를 줄거리도 모르는 뮤지컬들을 노래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줄거리를 몰라도 나는 이미 화자에게 공감해 버린 것이었다.


뮤지컬의 주인공은 주로 고난을 겪었고 가요에서 일반적으로 다루지 않는 구체적인 속마음을 노래로 담담히 담아냈다. 눈으로 읽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맥락도 모른 채 나는 함부로 화자들에 공감했고, 어쩐지 비감이 온몸을 감싸버릴 때의 나는, 으레 그런 노래를 뮤지컬 배우가 된 것처럼 진지하게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걸어왔다. 그러면 흘러갈 수 있는 마음의 고임이 있었던 거 같다. 음악이 먼저 공감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었다. 나의 첫 뮤지컬 <영웅>은 충분히 즐기지 못했지만 이후 종종 경험했던 뮤지컬들은 훨씬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이번 <원더랜드 피크닉 2024>는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였던 첫 마음을 기억하게 해주는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무대에서 배우분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지하 공연장을 벗어나 밝은 지상에서 벌어지는 뮤지컬 음악 공연은 뮤지컬이 가진 여러 힘 중 하나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뮤지컬이라는 서사 구조의 요소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체로서의 노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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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피크닉 2024>는 5월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한강 노들섬에서 진행되었다. 따뜻한 잔디밭 위에서의 피크닉 같은 공연을 컨셉으로 하여, 돗자리를 무대 앞에 펼쳐두고 공연을 경험하는 축제와 같은 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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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모두 훌륭했다. 음향과 배우들의 노래, 소소하게 준비해 주신 준비 멘트까지. 아는 넘버가 나올 때는 흥분했고 모르던 넘버가 나올 때는 귀 기울여 들었다.

 

같은 뮤지컬 내에 있는 곡들을 한 번에 듣는 것이 아니라, 배우 분들이 준비한 주제에 맞추어 선별된 곡을 듣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배우 분들은 열창 중에도 덥거나 추워하는 관객들이 지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무대를 이끌어 가셨다. 배우 한 분 한 분의 노래만으로도 너른 야외가 가득 찬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노래도, 같은 무대도 공간이 달라지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들섬의 공연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으로 기억될 듯 하다.

 

특히 이번 공연의 주 참여자들이 평소 한국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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