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이미 청혼을 쓰고 있다. – 청혼 [도서]

우리는 모두 시간과 공간의 차이 속에서 사랑한다.
글 입력 2024.05.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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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공간과 너라는 공간의 차이는 생각보다 매우 깊을 수 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와의 공간의 차이를 제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그 공간이 중력에 의해 지배 받지 않는 우주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배명훈의 소설 <청혼>은 우주와 지구 사이에서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두 연인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태양계처럼, 그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중력의 힘 자체가 다르기에 지구와 우주에서의 머리 크기도 다르고, 지구에서 우주로 우주에서 지구로 가는 시간은 상상할 수도 없이 긴 시간이다.

 

두 사람은 만나고 싶어도, 쉬이 만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 속에서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청혼에서의 사랑은 이러한 차이가 있기에 낭만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우주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두 사람의 사랑은 우주와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우주와 사랑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완전하게 알지 못함”에서 오는 매력이 두 존재에 모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완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앎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고,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이 터전의 유래에 대해 지금까지도 강한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이유는 터전의 유래가 인간의 발생 기원이고, 그 발생 기원을 토대로 내가 이 지구와 우주에 대해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로 뱃속에서 나왔다면 혹은 뱃속에서 이미 세상을 다 통달한 현자처럼 눈을 떴다면 우리는 인생을 무슨 매력으로 살아갈까.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첫사랑이 매력적인 이유는 서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에 더 오래 남게 되고 내가 원하지 않고, 모르던 모습까지 알게 하는 사랑이라는 수단을 절대 손쉽게 내 인생에서 끊을 수 없다.

 

물론 사람에 대한 욕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잘 “모르는”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욕구이며, 너무나 잘 알아버렸을 때 사랑이 금방 식어버리는 것도 같은 원리이지 않을까. 우주와 사랑, 그 모든 요소에는 우리가 알지 못함이 자리 잡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늘 그 두 가지를 곁에 둔다. 다 알고 있는 것을 멀리한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등장하는 두 인물의 사랑은 “희소성”을 띤다. 수많은 운하와 운성을 사이에 둔, 배명훈 소설 속에 견우와 직녀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희소적인 사랑을 한다. 경우의 수가 적으면 특별해지고, 특별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인간은 사실 작다. 우린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자연 앞에서는 나약하고, 심지어 어떤 인간들 앞에서 더 약해지는 인간들도 존재한다. 그런 나약한 인간들이 우주 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숨 쉬는 생명체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룬다는 특징 때문에 특별해진다. 누구에게나, 어디서든.

 

소설 속에서는 우주와 사랑을 빗대어, 우리가 희소성을 띄고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다. 주인공이 겪고 있는 우주 전쟁 속에서 겪는 수많은 혼란스러움도, 데 나다 장군에 대한 의구심도 모두 작가가 설정한 설정값이지만 이러한 특별한 설정값과 상황이 누군가에게 전해질 때, 청혼처럼 귀중하게 다가올 수 있는 마법.

 

아무도 경험하지 못할 경험, 그리고 흔치 않은 사랑 이야기. 우리는 그 모든 이야기를 이미 써 내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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