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가의 몸과 마음을 빌린 그 순간 - 스웨덴국립미술관컬랙션

글 입력 2024.04.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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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 뮤지엄은 언제나 평온하다. 시끌벅적한 강남 대로변 한복판에서 숨은 듯 있는 계단을 내려가고 나면 어느새 주변은 고요해지고, 미술 작품과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온 관람객들만이 나를 반긴다. 올해 3월 21일부터 마이아트 뮤지엄에서는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오직 국립 미술관 컬렉션이라는 단어 하나만 보고 전시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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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 뮤지엄의 전시답게 이번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은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전시였다. '새벽부터 황혼까지'라는 이름과 걸맞게 전시는 새벽과 정오, 황혼과 빛이라는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을 몰입시키고 있었다. 이번 스웨덴 국립 미술관 컬렉션에서는 북유럽풍 인상주의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역사화와 풍속화라는 예술계에 회의를 느낀 스웨덴의 화가들이 보다 큰 세계 ㅡ 프랑스 파리 등으로 나가며 잔잔했던 스웨덴 미술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관람객들은 그 파장으로 인해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풍이 스웨덴에 새롭게 재정립되는지, 그 과정을 뜯어보게 된다.

 

전시의 제1장 혁신의 새벽은 중의적인 표현을 갖고 있다. 전시가 처음 시작되며 해가 떠오르듯, 스웨덴의 작품들을 관람객들에게 친절하고도 섬세하게 설명해 줌과 동시에 해가 보기 어려운 스웨덴 특유의 회색빛이 감도는 북유럽 풍경화를 소개한다. 다양한 전시를 다녀오며 다양한 작품들을 봐왔다. 어떤 작품들은 마치 그림책의 삽화처럼 생동감 넘치기도 했고, 어떤 작품들은 대상의 눈을 바라보며 실제 대상의 영혼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스웨덴 국립 미술관 컬렉션 전시장에 처음 들어가 작품들을 보았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이국의 공기와 바람, 풀 내음, 흙 내음 ... 그와 같은 것들이었다. 관람객들은 과거 스웨덴 화가들의 눈을 빌려 당시의 스웨덴 풍경들을 자세하게 읽어 내리게 된다. 마치 정말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그들의 몸과 마음을 빌려서 과거 그 시간, 그 순간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시의 제2장 자유의 정오에서는 여성 화가들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요구했던 여성화가들의 역할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려 노력했던 화가들의 그림을 보여준다. 특히 챕터 이름에 걸맞게 1장과는 다른 따스한 햇빛이 스며든 작품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반짝이는 유리병들과 식탁보, 혹은 황금빛 노을이 일렁이는 눈 덮인 산들을 바라보다 보면 나 또한 그곳의 노릇노릇한 햇살 아래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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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제3장 거대한 황혼을 보던 때에 같이 갔던 동행자는 나에게 이야기했다. "신기하다. 정말 부드럽고 섬세한 그림 같은데 붓 터치 같은 것이 과감하고 투박해." 실제로 마이아트뮤지엄에서는 제3장 거대한 황혼 챕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주변을 묘사하였지만, 이전처럼 형태가 세밀하고, 정확하며 분명한 묘사는 아니었다.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 그림을 그렸으며, 자연과학에 근거한 표현보다는 분위기와 감정을 중요시했다.' 이전의 내가 작품을 볼 때 그 장소에 있는 것만 같았다면, 이번 작품들은 그 장소에 있음과 동시에 그 당시 화가들의 감정까지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어떤 작품은 굉장히 평온하지만 쓸쓸했고, 어떤 작품은 굉장히 고요하지만 거칠었다. 이를 보며 나는 화가들의 내면을 유추해 내고, 당시 그 장소에 도달했을 때, 그렇게 작품을 그려냈을 때 화가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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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장인 제4장 아늑한 빛은 지금까지의 풍경화와는 조금 다르게 인물과 실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이아트뮤지엄에 따르면 북유럽은 긴 밤과 겨울로 인해 자연스럽게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는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실내에 관심을 갖도록 했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 자신과 함께 교류하던 이들이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햇빛과 어둠 속에서 켜놓고 있는 전등 등 다양한 빛 아래에 있는 모습들을 그려낼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이 챕터의 작품들에서 지금까지의 챕터들 중 가장 많이 당시의 공기와 냄새, 그리고 시끌벅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비고 요한센이 그린 예술가들의 모임을 하나씩 뜯어보며 각 예술가들의 성격과 대화 내용을 유추해 보기까지 하며, 나는 그 모임의 일원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잔뜩 만끽했다. 시끌벅적한 남성들의 이국적인 목소리들, 접시와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 그들의 얼굴 위로 드리우는 전등의 빛, 비좁은 사이사이를 오가며 살결에 천이 스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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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특히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나오는 순간은 언제나 깊게 잠들어 꾸는 꿈에서 깨어난 순간과 비슷한 기분이 든다. 몰입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느껴지는 여운, 그와 다르게 앞에서는 시끌벅적한 도시의 자동차 소리들. 그와 같이 이번 전시 관람은 꿈만 같은 시간이었고, 오래도록 내 마음 한편에 남았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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