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어른이 주는 삶의 이야기 - 어른 김장하 [다큐 영화]

글 입력 2024.04.2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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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른이 보듬어 준 사랑과 온기는 더 나아질 세상의 가능성이 담긴 다정한 이로움이었다.

 

어떤 인생과 길을 걸어오셨을지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하지만, 묵묵히 걸어온 발자취의 뒷걸음에는 분명 기분 좋게 따뜻한 내음과 사람들의 온기들이 가득 묻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서가 가득 담긴 이 다큐를 보면서, 필자는 인간에 대한 관계성과 어른이라는 의미 자체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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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은 인류의 본령


 

김장하 선생님의 애정 어린 시선은 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주변에서부터 시선은 시작된다. 30년째 건물의 세를 올리지 않는 것. 좋은 한약을 저렴하게 지어주는 것. 또한 진주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보호 시설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흔쾌히 새로 살아갈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지역 신문에 후원을 해 주어 진주 신문은 지속되었고, 젊은 사람들의 꿈을 위해 극단을 설립해 주어 작지만 움튼 꿈을 청춘들은 자유로이 펼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장학금을 주던 학생은 어느새 교수가 되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가방에 단 작은 노란 리본까지, 온기는 구석구석 다양하게 닿아있었다.

 

사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많은 소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부분도 감정적인 부분도 여러 가지 신경 쓸 것도 많다. 필자가 김장하 선생님처럼 한약방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면 우선 윤택한 삶을 위해 스스로에게 많은 투자를 했을 것 같다. 타인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한약방을 운영하는 선생님은 아픈 사람들에게 돈을 받은 것이라, 그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것이라 하셨다. 그 지점을 보고 요즘 사회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가고 계신 게 아닐까 싶었다. 한 발자국만 더 깊게 타인을 생각해 보고 마음을 열면 품고 있던 온기는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법이다.

 

 

 

주관적인 다큐와 또 다른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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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김정하 선생님의 온기와 애정 어린 시선은 주변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었는데, 그럼 과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어땠을까? 이 부분은 아주 잠깐 언급되었지만, 가족 안에서의 한 구성원으로써의 모습은 사회적인 인식에 비해선 아쉬운 점이 많아 보였다.

 

다큐의 구조가 재밌었다. 이걸 가족의 관점에서 다큐를 찍었다면 어땠을까? 그럼 감동적이고 대단한 김장하 선생님보단, 좋은 어른이라고 하지만 또 한 가정의 남편으로써 할아버지로서 가족이 겪는 삶과 생각지 못한 고충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본인은 옷 한 벌 허투루 사지 않는다는데, 그런 김장하 선생님의 개인적인 삶을 다루었으면 또 다른 다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또한 다큐 속엔 깊숙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사회에 돈을 환원했을 때의 부작용들도 간간이 보였다. 돈에 대한 씀씀이를 당연시하게 생각하는 경향의 사람도 있고, 돈 많은 거 자랑하고 다니지 말라는 시선도 있었는데,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모순은 김장하 선생님의 그늘진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좋은 영향이라 생각했던 행동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닿는 영향이 달랐다.

 

다큐는 길잡이다. 제작자가 보여주고 싶은 시선과 주관을 온전히 다큐멘터리에 드러낸다. 선택과 배제는 제작자의 몫이다. 관객들은 다큐멘터리를 날 것, 그냥 그대로 드러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큐에도 스토리텔링이 있다. 그러니 주관성은 있으되 윤리성을 잘 지켜야 한다. 

 

이 다큐를 만들며 제작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주제는 자신의 전 재산을 다양한 방면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해 준 '진정한 어른 김장하'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

 

 

 

김장하의 발자취


 

김장하 선생님은 이렇게 좋은 일을 많이 했음에도 한 번도 자신을 알리거나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었다. 이 다큐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바로 김장하 선생님의 주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며 그를 알아간다는 것. 처음 제작자와 김장하 선생님의 거리는 아주 멀었다. 그저 김장하 선생님의 발자취를 멀찍이 뒤에서 따라다닐 뿐이었다. 표정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만큼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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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간은 서로 자연스레 스며드는 순간이 온다. 형평운동에 대해 애정이 많은 김장하 선생님께 제작자는 형평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한다. 한 번을 대답하지 않던 김장하 선생님은 비로소 그 시점에서, 처음 형평 운동에 대한 대답을 하신다. 그렇게 결말 즈음에 다다랐을 때는 사적인 야구 이야기까지 하며, 제작자와 선생님이 나란히 걷는 장면이 나온다. 묘하게 서로에게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기다려주고 이해를 받으며 마음이 가까워진 게 아닐까.

 

약방을 하지 않았다면 대학교수가 하고 싶었다던 김장하 선생님의 말씀이 마지막으로 떠오른다. 필자가 느끼기엔 어찌 보면 특정한 분야의 교수님보단, 삶과 꿈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큰 삶의 어른이자 스승이 되어주신 것 같아서, 존경이란 이럴 때 표하는 말이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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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무엇이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나이는 먹었지만 언제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것 같다. 하지만 <어른, 김장하>를 보며 괜스레 필자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동경의 감정이 생긴다.

 

제목이 느낀 점 그 자체인 이 다큐는 정말 어른, 김장하다.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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