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로를 알아봐주는 지음(知音) [공연]

글 입력 2024.04.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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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연 공연, 2020년 재연 그리고 4년 후 2024년도에 삼연으로 다시 돌아온 뮤지컬 난설. 허초희와 허균, 그리고 이들에게 시를 가르쳐줬던 스승 손곡 이달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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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초희는 시회를 가기 위해서 동생의 옷으로 변복까지 하고 외출하였다가 무뢰배들에게 폭행 이달을 발견하면서 이들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거문고 연주를 해준 이달이 얼자라는 것과 그 이유로 자신의 형님에게 맞은 것에 대한 위로이자 거문고 곡조에 대한 답례로 노래를 불러준다.

 

백아절현(伯牙絶絃).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종자기가 죽자, 그의 친구이자 거문고의 명수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 자신의 소리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허초희와 이달도 소리를 알아듣고, 서로의 속마음까지 잘 알아주는 지음이 된 것이다.

 

허초희가 가고 싶었던 시회. 묵월회. 붓으로 그린 달로 붓과 먹만 있으면 누구든 가질 수 있는 달이다. 이 시회를 주최하는 이달에게 허초희와 허균은 시를 배운다. 양민, 평민이라는 신분에 상관 없이 이름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시를 나누고 서로의 지음이 되어주는 모임이지만 그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과 사회 속에서 보면 이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허초희는 오히려 억압당하거나 고통을 받을 때 더 꿋꿋하게 일어서서 더 많은 이들에게도 지음이 필요하다며 이야기한다. 이 모습을 통해 허초희가 그리고 바랬던 이상적인 세상, 그리고 세상에 한발 더 나아가길 원하는 모습, 더불어 여성으로서 사회적 진출하지 못하는 현실까지 알 수 있다.

 

세상의 적자라 불리는 이들이 오히려 더 나쁜 짓을 했음에도 수사는 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는 벽서를 붙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적자이기 때문에, 양반이기 때문에 서슴없이 행동하여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사실에 허초희와 이달은 거사를 진행하였지만, 누군가 밀고하여 평민들이 거짓으로 묵월회의 우두머리인 이달에게 덮어씌우게 된다.

 

이 사건 이후에 허초희는 강제로 혼인하게 되고, 그럼에도 그 속에서 자신이 숨을 쉴 수 있는 것을 찾아 글을 쓰고, 더불어 동시에 그 글을 더 멀리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놓아준다. 허균은 자기 누이인 허초희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래오래 더 멀리멀리 글을 전하고, 그 누구에게나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극 중 허균은 자기 자신이 그 소원을 이뤄주지 못한 것 같다며 자책하지만,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여 이름을 쓰고자 하는 이들과,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을 지켜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얻는다는 것은 귀한 일이고 어쩌면 평생을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 특히 예술이라는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지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제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작품을 보는 사람이 잘 이해하는 것. 이것만큼 창작자와 향유자가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관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허균이 남긴 홍길동전을 우리는 아직 읽고, 홍길동이라는 인물에게 적대감을 가지거나 피해를 보는 사람이 그 누구도 없다. 그래서 서류의 이름을 쓰는 예시에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쓰여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아무 날에 누구의 아무나가 되어 어떤 날에 누구의 지음이 될 수 있는 글을 써서 몇 세대가 지나도록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중 대사를 인용하며 끝내보려 한다.

 

우리도 언젠가, 자신의 지음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떠도는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머무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담아서 (중략) 아무 날에 누구의 아무나가 되어 어떤 날은 서로의 지음이 되어."] - 뮤지컬 [난설] 中

 

 

[조수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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