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에 대한 자유를 쫓는 세 자매의 여정, '브론테'

글에 대한 자유를 갈망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
글 입력 2024.04.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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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뮤지컬 '브론테'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론테’는 여성이 글을 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그에 맞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자유를 갈망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첫째 샬럿 브론테는 언니들이 먼저 떠난 뒤 장녀가 되어, 자신만의 책을 팔아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둘째 에밀리 브론테는 다른 자매들에 비해 야성적인 면모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셋째 앤 브론테는 발랄하고 톡톡 튀는 성격이 매력적인 막내이며, 보통 언니들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글을 쓰는 동안 세 자매는 서로를 독려하기도 하고, 서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결국 세 자매는 각자가 쓴 이야기대로 생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자유를 쫓는 과정과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엿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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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를 읽을 때, ‘자유를 쫓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세 자매의 삶을 다룬 뮤지컬’이라는 문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중학교 시절 나는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글을 써오기도 했고, 실제로 나도 자매여서 그런지 나와 공통점이 많은 내용이라고 생각해 고민없이 문화초대를 신청했다.

 

사실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은 지 오래되어, ‘브론테’를 관람하러 가는 길이 설레기도 하고 두근거렸다. 그렇게 기대감을 안고 관람한 ‘브론테’는 기대 이상이었고, 여운이 남는 뮤지컬이었다.

 

 

 

샬럿, 그녀의 진심은


 

나는 극 중에서 특히 샬럿이 가장 안타까웠다. 자신이 맏언니의 역할과 더불어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하는 부담되는 상황에서도 항상 똑 부러지게 일하고, 동생들을 돌본다.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만큼 책을 내기 전 동생들과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따라서 극 중에서 어쩔 수 없이 샬럿이 다른 동생들보다 더 엄격하고, 예민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극 초반에는 샬럿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생들을 너무 엄격하게 대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뒤로 갈수록 결국 동생들을 너무 사랑해서, 동생들만큼은 무시 받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동들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는 ‘브론테’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잘 모르고 뮤지컬을 시청했기 때문에, 의문의 인물로부터 보내진 ‘이상한 편지’에서도 샬럿만 오만하고 독선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가장 의아했다. 그 이상한 편지가 미래의 샬럿이 보낸 편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후회와, 동생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책을 내자고 정하기 전부터 에밀리를 설득하기 가장 어려웠는데, 편지를 통해 그녀가 글을 쉬지 않고 쓸 수 있도록 도왔다.

 

 

 

생동감 넘치는 연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각자 한 명씩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할 때, 그 이야기를 그림자로 표현한 부분이다. 그림자를 통해 자신의 삶과 글을 표현하면서도, 여운을 남겼다. 극에서 등장한 다양한 소품들 중에서도 ‘흰 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브론테 자매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혹은 누군가를 설득할 때도 모두 흰 천을 이용하곤 했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흰 천의 움직임을 보며 그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흰 천은 자매가 자유를 표현하는 방식, 자매의 상상력을 표출하는 공간이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밴드가 직접 연주를 함으로써 더 웅장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몰입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각 넘버의 분위기에 맞게 다른 악기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차리는 재미도 있었다.

 

 

 

서로를 너무나도 아꼈던 자매


 

"이것은 글에 대한 비판이며, 우리는 서로를 지지한다."

 

샬럿과 에밀리의 말다툼이 격해질 때마다 막내 앤이 중재하며 했던 말이다. 결국 서로에 대해 그만큼의 애정이 있으며, 글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의 샬럿이 동생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도, 서로의 글을 응원하면서도 비판을 멈추지 않던 것 모두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세 명의 작가들이 치열했던 삶 속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이들은 하나가 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이 궁금하다면 뮤지컬 '브론테'를 꼭 관람하길 바란다.

 

 

때로는 모질고 때로는 슬프기만 한 삶이었으나

우리는 우리의 이름으로 내내 치열했고

존재했으므로 이미 충분했다

 

또 어느 곳,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닿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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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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