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어디로부터 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영화]

정처 없는 삶을 그린 영화 <노매드랜드>
글 입력 2024.04.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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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비행기 티켓을 끊고 해외로 떠날 수 있는 요즘, 현대인에게 '정착'이란 멀고도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안정감을 주는 장소의 결핍은 우리로 하여금 미묘하게 불편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장소에 속해 있으니까요. 나의 신체가 접촉하고 있는 그 공간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경험, 그래서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 있나요?


노마디즘. 이제 우리는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장소를 떠돌아다닙니다. 부유하다 보면 나의 뿌리 또한 사라진 듯합니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갈 수도, 누군가와는 대화를 나눌 수도, 그리고 어느 누군가와는 사랑을 나누게 되겠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은 인간이 유목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을 인연임은 틀림없다는 점입니다. 노마드적 삶이 가져온, 어쩌면 뜻밖의 선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꼭 즐거운 여행이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집이라는 공간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감당할 수 없이 많은 '홈리스(homeless)'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원치 않았지만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정착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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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매드랜드>는 남편을 잃고, 실직까지 하게 된 어느 여성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그녀는 '유목민'의 입장이 되어 미국 서부를 누비기 시작합니다. 그 여정에서 그녀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은 연기자가 아닌 대부분 실제 '노매드', 즉 유목민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진실되게 펼쳐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집, 즉 뿌리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그녀에게는 분명 '집'이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누비며 그녀는 그녀만의 집을 만들어 갑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만들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이것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이 가지는 특성인 것 같습니다. 물리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나의 쉼터를 만들려는 본능 말입니다.


인간은 점차 장소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태어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생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는, 구연동화 속 이야기는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변화하는 세상이 우리의 등을 떠밀고 있죠. (물론 그중에서도 이런 유목민적 삶이 적성에 딱인 사람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행위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 점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정착지가 아닌 정거장을 찾는다는 점입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머물 수 있는, 한 순간 즐거울 수 있는 쉼터를요.


정처 없이 떠도는 듯한 혼란함, 사람과 사람 간의 끈끈한 연결. 이 둘은 서로 모순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저의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노마드적 삶으로의 변화 속에서도 저는 늘 '나'와 '너'의 따뜻한 연결을 목격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노매드랜드>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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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 노매드, 즉 유목민과 Land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 잘 나아가고 있는 중일까요? 멀어도 너무 먼 둘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우리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로부터 와 어디로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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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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