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과 그림 -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도서]

삶과 그림의 관계
글 입력 2024.04.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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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그림을 어떤 주제와 기법으로 그릴 것인지 결정할 때 이 결정에 개입되는 무수한 제반 조건들은 결국 삶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림을 이해할 때 화가들 각각의 삶으로 들어가 보는 건 중요하고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한때는 화가의 삶 들여다보기를 매달렸던 때도 있다.


하지만 화가의 삶을 통해 그림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조금의 맹점도 있었다. 그림이 전달하는 시각적인 정보보다는 외부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어 온전한 감상을 방해한다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언젠가부터 그림에 관한 사전 정보는 거의 찾아보지 않고, 도슨트도 없이 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 어떤 정보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림 속으로 단번에 들어가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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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요즘에 이 책은 다시 화가의 삶에 관해 생각해 볼 좋은 기회였다. 한 번 멀어졌던 예술가의 삶을 다시 그림으로 초대해 보는 것. 이렇게 그림을 보는 방식에는 역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화가의 이야기는 그림의 주제나 텍스쳐, 화풍의 변화 등에 관해 많은 정보를 준다는 사실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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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르 뫼르크 묀스테드 | 계곡을 흐르는 시냇물 | 1905

 

 

무난하게 평생을 살아온 묀스테드의 그림은 그런 점에서 삶의 역경을 딛은 무수한 예술가들과는 비교되는 유일한 사례다. 예술은 삶의 고통 혹은 드라마의 산물일까? 질문에 쉽게 답할 순 없지만, 독창성이 발현되는 지점은 아무래도 삶의 그러한 조건이 가담했을 것이란 해석에 동의하게 된다. 


묀스테드 그림 옆에 모딜리아니나 뭉크의 그림을 붙여서 비교해 보면 더욱 체감되는 사실이다. 단순히 표현주의나 사실주의 같은 형식적 사조로 묶는 것은 이 그림들의 차이를 설명하기엔 불충분하다. 이 둘의 삶은 너무 다르다는 것, 그러한 증거가 그림에 남았다면 독창성과 예술의 가치, 삶의 결이나 조건을 연결짓는 건 무리가 아니다.


주목받지 못할 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명작을 많이 만들어내다가 반열에 오른 후에는 활동이 시들해진 제임스 앙소르도 비슷한 맥락의 예시일 수 있다. 그의 경우는 예술의 꽃을 피우는 조건으로서 삶의 고난과 역경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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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와이어스 | 크리스티나의 세계 | 1948

앤드루는 이 작품에 여서의 모습을 넣지 않고 들판과 집의 모습만 그린 뒤 마무리할 생각이었지만,

뱃시의 권유로 지금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고흐와 앤드루 와이어스의 삶을 통해서는 작품 활동을 하는 행위 외부에 놓인 과제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고흐의 동생인 테오의 아내 조와, 앤드루 와이어스 옆에서 매니저 역할을 했던 아내 뱃시.


테오의 아내 조가 기울인 노력과 집념은 아마 그렇게 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어야 할 예술이 독촉한 운명처럼 보이기도 했다. 앤드루의 아내 뱃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예술가들의 그림을 보기 위해 필요했을 주변의 노력은 어떤 것일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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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 모자 가게 여주인 | 1900


 

한편으론 화가들이 살아있었다면 삶의 낱낱한 사실들이 공개되어 그림과 묶여 얘기되는 것을 원했을지 궁금하다. 로트렉의 그림은 보기만 해도 그림 자체로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그가 겪었던 유전병이 남긴 외모적 묘사나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했던 순간들이 후세에 이렇게 공개되기를 그는 원했을까? 르누아르도 생전 끝까지 숨기려 노력했던 딸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길 원했을까.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귀감에 관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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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 1818


 

마지막으로 첨부하는 그림 한 장은 요즘 눈여겨보았던 작품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고 저장만 해 두었던, 자세한 정보는 몰랐던 그림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 그의 삶을 들여다 본 건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그의 삶을 알고도 그림에 관한 인상이 아주 뒤바뀐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역시, 화가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깨달음과 교훈을 얻는 측면에선 필요하지만, 그림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삶은 분명 그림을 만들어내는 재료이며 작품을 만드는 하나의 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림을 친근하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 화가를 너무 좋아해서 그의 삶까지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 편의 글마다 서두에서는 독자의 궁금증을 적당히 자아내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 가는 저자의 글솜씨도 책을 보는 묘미 중 하나이다. 삶의 축약본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며 우리가 화가에 관해 알아야 할 사실들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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