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처음부터 모든 것이 거룩하기만 했을까 - 뮤지컬 피에타

성모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
글 입력 2024.03.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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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예수는 묻는다. 왜 내가 죽어야 하는지. 그리고 뮤지컬 '피에타'에서 마리아는 묻는다, 왜 내 아이가 죽어야 하는지. 본인의 죽음에 대해 던지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질문이 눈물 어린 체념으로 끝맺어졌다면, 아들의 죽음에 대해 던지는 '피에타'의 질문은 피눈물 어린 절규와 함께 오히려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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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 없이 암송하던 성모송을 되뇌어 본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이처럼 마리아는 성스러운 존재로서,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그리했던 것처럼 우리가 죽을 때에 지켜봐 주며,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는 존재이다.


이렇게 해석되는 순간 마리아에게 우선되는 것은 성모의 역할로, 그녀는 안배된 아들의 죽음을 거룩한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한다. 이 극의 마지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수의 죽음을 대하는 마지막 순간에, 마리아는 이 죽음을 통해 절대자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마지막 말이 나오기 전까지, 아들의 죽음을 수용하기까지 마리아가 흘린 피눈물에 이 극은 주목한다.


참으로 잔인하게도, 두 모자의 행복한 순간의 기억은 지나칠 정도로 눈부시게 연출되어 깨어지는 순간의 슬픔을 더욱 극대화한다. 아기의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행복하게 웃는 어머니의 모습. 성모가 아닌 그저 어머니의 모습이 마리아를 가득 채운다.

 

닿으면 부서질세라, 놓으면 없어질세라 키운 아이다. 그 아이가 사회적 살인을 당하는 순간, 과연 그녀는 거룩한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녀가 절대자를 향해 내지르는 원망 섞인 외침을 듣다 보면 성모 마리아는 더 이상 없고, 그저 자식을 잃어 가는 어머니만이 눈앞에 보일 뿐이다.


모노드라마라는 형식의 힘을 받아 관객들의 관심은 그 누구에게도 분산되지 않고 온전히 마리아에게만 집중된다. 그만큼 관객들은 마리아의 감정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크게 술렁인다. 거기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노래가 가지는 힘이 더해진다.

 

극장 안을 뒤덮는 효과음보다도 더 파괴력 있게 다가오는 넘버, 그 넘버를 소름 끼칠 정도로 소화해 내는 김사라 배우의 실력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때 마리아가 가지는 존재감은 주인공 그 이상이다. 그저 이 공간이 마리아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느껴질 만큼,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에 관객들은 압도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지구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클라이맥스까지 관객들을 이끌고 가는 저력은 형식, 장르, 배우의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 절대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70분의 시간은 그렇게 하나의 예술로 마무리되었다.


지금도 곁에 있는 성모상을 바라보며, 정말 당신의 마음은 어땠을지 잠깐 생각해 본다. 저 미소 너머에 어떤 아픔이 있었을지를 감히 상상해 본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을, 범인이 아닌 성모의 마음을 생각하는 이 주제넘음을, 저 자애로운 미소가 모두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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