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쿄에 가고 싶다. '혼자'. [여행]

글 입력 2024.03.2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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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난생 처음 도쿄로 여행을 떠났다.


어렸을 적부터 해외여행을 사랑한 나는, 가장 가까운 외국인 일본을 종종 여행했다.

 

일본 여행이 좋은 이유는 일식과 언어의 낯설음이다. 일본어 까막눈에 흔한 애니, 만화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일본은 참 가깝고도 멀다. 아무리 일본 곳곳에 한글이 많이 적혀있다고 한들, 직접 느끼는 낯선 언어는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바꾼다.

 

그럼에도 도쿄를 한번도 가지 않았던 건 서울과 너무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에게 여행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는, '살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로 본 도쿄는 서울과 비슷한 도시 풍경에 일본인 반, 외국인 반인 그저 바쁜 도시였다. 내가 여행지 선정에 가장 큰 방점을 두는 '지역특별성'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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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떠나 많은 일본인 친구를 사귀었다. 그들이 전부 도쿄대 학생들이었기에 다시 만나기 위해 도쿄 여행을 결심했다.

 

도쿄행은 마찬가지로 교환학생 기간에 만난 친구들(한국인)과 함께했다. 3박 4일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더위에 맥을 못 춘 나와 체력 좋은 친구들로 인해 뜻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침은 거르고, 조금 일찍 일정을 마무리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혼여행'을 즐겼다. 혼자 여행하는 시간이 좋았던 이유와 혼자 여행을 떠나고픈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웨이팅 지옥을 뚫고 1인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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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서울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다. 그 작은 동네에 그야말로 어딜가나 사람이 가득하다. 기다리는 건 딱 질색인 한국인들은 효율적인 웨이팅 시스템을 구비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식당, 카페, 관광 명소 할 것 없이 긴 줄을 기다려야만 한다.

 

특히 식당 앞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릴 때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는데, 1인 손님이 줄을 거스르고 먼저 입장할 때마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좁은 가게 평수와 개인주의 문화로 다찌석/1인석이 많은 일본 특성 상, 사람 많은 도쿄에서 기다림 없이 식사를 하려면 1인 여행객이 필수 요건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한국처럼 여럿이서 쉐어하는 것이 아니라 한그릇 식사가 근본인 문화도 한 몫 했다. 돈카츠면 돈카츠, 스시면 스시, 한 종류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대부분이기에 혼자 먹어도 아쉬움 없이 밥 한 끼 뚝딱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혼밥을 싫어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이런 문화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여행 중 방문한 텐동집에 3인석이 없어 혼자 다찌석에 앉았던 적이 있다. 양옆의 다른 '혼자'들과 함께 만족스런 식사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매일 아침 '삼각김밥 도장깨기'를 하던 호텔 앞 편의점도 잊지 못할 나만의 추억이다.

 

 

 

키라키라, 쇼핑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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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떠난 2023년 여름은 엔저현상이 극을 달하던 시기였다. 덕분에 우리는 쇼핑에 대한 욕구를 참지 않고 마음껏 둘러보았는데, 각자의 패션 취향이나 위시리스트가 다르기 때문에 함께 쇼핑을 즐기기란 역시 쉽지 않았다.

 

사진 속 동네는 '고엔지'. 서울의 망원동 같은 느낌인데, 특이하고 귀여운 아이템과 빈티지샵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빈티지 디깅'을 즐기는 나와 달리 친구들은 크게 흥미가 없어서 빠르게 스쳐 지나야만 했던 게 아쉽다.

 

둘째날엔 유일한 일정으로 긴자 쇼핑을 계획했다. 쇼핑의 천국이라는 긴자에서의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렀다. 다시 모이기로 한 시간에 임박해 결제 줄에 서서 발 동동 구르던 것에 반해, 다음 날 아침엔 여유롭게 신주쿠를 거닐었다.

 

이치란 라멘 일정을 포기하고 호텔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신주쿠 중심 거리로 나갔다. 더운 날씨를 견딜 새 옷을 사고 필름 카메라 샵에 들러 후지 필름을 마음껏 비교했다. 혼여행 결심에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다.

 

꼭 어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쇼핑의 메카로 이름난 동네의 분위기를 담뿍 느껴보고 싶다.

 

 

 

익숙하고 안전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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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혼자 여행을 절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여행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공통의 추억을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딱 한 번, 이 틀을 깨보고 싶은 마음에 혼자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교환학생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떠난 파리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너무나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파리였지만 혼자 있으니 외롭고 불안했다. 심지어는 무료함까지 느꼈다!

 

도쿄에서 그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던 건,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의 거리와 괜찮은 치안 덕분이다. 도쿄에서 한국인은 인종차별을 당할 걱정도, 소매치기를 당할 위험도, 지하철 정차역을 놓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걸음마다 한국인을 볼 수 있는 것도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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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도쿄 여행은 이렇듯 '여행'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을 깬 변곡점이 되었다.

 

다시 여행을 떠난다면 그땐 혼자서 작은 동네들을 속속들이 돌아보고 싶다. 익숙함 속에 또 어떤 새로움을 발견할 지, 혼자만의 여행에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돌아올 지 기대된다.

 

여행 중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고,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혼자 여행을 하면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고 이겨내야 한다. 이것이 혼여행의 가장 큰 리스크다. 그렇지만, 이 리스크를 이겨내기 가장 쉽고, 그 강도가 약할 곳이 일본, 특히 수도인 도쿄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누군가 도쿄 여행을 마음에 두고 있다면,

혹은 어디론가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은 기분이라면,

 

도쿄로의 혼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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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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