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금요일 밤, 여덟 가지 사랑이 움트는 곳 - 올모스트 메인

글 입력 2024.03.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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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구역 12블록에 위치한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곳. 아직 행정정리가 끝나지 않아 지명조차 없는 이곳이지만 주민들끼리는 거의 다 됐다며 붙여진 이름, ‘올모스트’. 금요일 밤, 오로라가 뜨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새롭게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며 각자의 사랑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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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모두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고, 멀어질수록 또 가까워지는 역설적인 사랑, 끝내기 위해 돌려받기로 결심한 사랑, 오랜 우정이었던 사랑, 아픔을 느껴본 적 없는 이의 사랑, 처음을 잊지 못하는 사랑, 절대 슬프지 않다는 사랑, 서로를 위로하던 친구의 사랑, 마음이 없어져서 사랑할 수 없다는 이의 사랑 등 여덟 가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지는 여덟 가지의 사랑은 예쁘게 포장된 사랑과는 사뭇 다르다.

 

‘아파’라는 에피소드는 선천적 무통각증으로 태어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는 다리미판을 휘두른 여자에게 자신의 무통각증을 밝히며 피가 나지 않고 멍이 들지 않았다면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곧 남자는 그 여자와의 키스 이후 휘두른 다리미판에 아픔을 느끼고 만다.

 

그는 아픔을 느꼈고 사랑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피가 나지 않고 멍이 들지 않는 아픔을 가져다주는 사랑을 하겠지만 그의 삶이, 그리고 사랑이, 아픔을 느끼지 못한 때보다 더 기대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사랑이 만들어내는 통증도 사랑의 모습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간, 올모스트의 마을 한 편에서는 헤어진 연인을 재회한 남자도 있었다. 여자와 다시 시작해 보려는 남자에게 여자는 결혼 소식을 전한다. 금요일 밤, 슬픈 일이 있는 사람에게 맥주 공짜를 외치는 술집에서는 ‘슬퍼요’라는 말만 하면 공짜 맥주를 드린다는 종업원의 홍보에도 그는 슬프지 않다고 되뇐다.

 

그러나 어딘가 과장된 그의 말투와 몸짓은 맥주 한 잔의 위로가 간절해 보인다. 그래도 그는 슬프지 않다. ‘Villain(악인)’을 잘못 새긴 타투 ‘Villian’과 같은 이름의 여종업원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맥주 한잔으로 잊고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세상에는 이상적인 사랑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때때로 우스웠고 가끔은 창피하였으며 종종 아팠다. 우리는 ‘올모스트’의 그들처럼 모두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

 

모두가 사랑의 다른 에피소드 속에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공유하는 속성들로 ‘올모스트’의 그들을, 내 옆에 있는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색다르게 풀어냈던 ‘올모스트 메인’을 보며 묻어 두었던 기억 저편의 추억을 다시 꺼내 본다.

 

 

사랑은 기적 같은 일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조그만 기적일 것이다.

모든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질 때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렇게 내린다.

 

- <올모스트 메인> 시놉시스

 

 

사랑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 기적과도 같은 일을 무수하게 해낸다. 가끔은 다치기도 하지만 90분동안 그려지는 ‘올모스트’의 여덟 가지 에피소드들은 그럴 수도 있다며,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위로해주는 듯하다.

 

‘올모스트 메인’을 통해 무수한 사랑의 모습들을 깨달으며, 다른 에피소드를 써내려가고 있을 당신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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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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