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땀에서 봄향기가 나는 게 말이 되나 - 2024 사운드베리 씨어터Soundberry Theater

땀 냄새가 향기롭군요
글 입력 2024.03.2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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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 2024 사운드베리 씨어터


날도 슬슬 풀렸겠다. 몸이 근질근질 했다. 오래된 겨울잠을 자고 나온 곰처럼 기지개를 켜고 봄 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러자 듣던 중 반가운 문화초대가 왔다. '2024 사운드베리페스타 (Soundberry Festa)'였다.


라인업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십센치, 로이킴, 멜로망스, 죠지, 적재 등 한때 내가 푹 빠진 가수들이었다. 재작년 나는 적재에게 빠져서 팬카페까지 가입했을 정도다. 십센치 노래는 고등학생 시절 내내 플레이리스트를 차지했다. 공연을 보는 상상만으로 벌써 행복했다.


공연 당일, KBS 아레나에 도착해서 무척 실망했다. 공연 1시간 전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일부러 일찍 왔는데, 줄이 엄청 길었다. 거의 1km가 넘었다. 선착순 좌석이라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좋아하는 가수를 먼발치에서 바라볼 생각을 하자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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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공연장에 들어서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무대의 스크린은 가수의 모공 하나하나를 비출 정도로 선명했고, 음향은 거의 ASMR 수준이었다. 가수의 숨결이 생생히 들릴 정도였다. 화려한 조명은 적재적소에 등장하며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충격적으로 좋았던 건 카메라 무빙이다. 사운드베리 씨어터는 무대를 스크린에 담기 위한 전문 인력이 있었다. 가수의 표정과 몸짓을 비춰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심지어 모든 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십센치의 잇몸 만개한 미소, 로이킴의 메마른 눈이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나 싶었다. 스크린만으로도 실체감이 엄청났다.


앉아서봐도 이 정돈데, 스탠딩으로 보면 어떨까? 궁금했다. 스탠딩석으로 가자 깨달았다. 반드시 스탠딩으로 봐야 하는 공연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가수와 가까이서 교감하고, 팬들과 한마음으로 떼창하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사운드베리 페스타를 200% 즐기는 방법이었다.


스탠딩이 쾌적하고 힘들지 않다니, 놀라웠다. 솔직히 본 공연이 하루 종일 타임테이블이 꽉 차있어서, 서서 보기엔 두려웠다. 사람들과 부대껴서 냄새나고, 다리 아플까봐 겁났다. 그러나 내 편견은 산산조각이 났다. 관객은 서로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공연 매너를 지켰다. 공연마다 쉬는 시간이 20분씩 있어서, 충분히 쉬고도 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는 십센치와 로이킴이었다.

 

이 둘은 속된 말로 무대를 찢었다. 라이브가 좋다 못해, 정말로 미친 수준이었다. 괜히 10년 넘게 가요계에서 살아남은 가수가 아니었다. 첫날은 십센치의 라이브를 듣고 설레서 잠 못 이뤘고, 다음 날은 로이킴의 무대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부동의 첫사랑이 되었다가, 삶의 시련에 허우적거렸다.


음악만으로 극한의 감정을 널뛰기했다. 다양한 감정을 느껴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여전히 내겐 감정이 살아있음에 기뻤다. 잊고 있던 소중한 감정을 꺼내들고, 천천히 음미했다.


행복한 2일 간의 음악 여행이었다. 아직 벚꽃이 피기도 전인데도, 사운드베리 씨어터를 본 내 마음에는 활짝 꽃이 피었다.

 

 

[한대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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