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에서 가장 쉬운 클래식 -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 공연

클래식이 이렇게 쉬웠어?
글 입력 2024.03.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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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포스터]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jpg

 

 

 

지루하고 재미없는 클래식을 원한다면 오지 마세요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은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클래식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공연이다. 나 역시 대중음악은 좋아해도, 클래식은 잘 모른다. 애초에 클래식을 좋아할 기회조차 없었다. 기껏해야 학창 시절에 시험을 보기 위해 음악 공부를 한 게 전부였고, 그마저도 참 지루했다.


멀게만 느껴진 클래식이었지만, 본 공연 타이틀에 등장한 '쇼팽'과 '지브리'가 눈길을 끌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초등학생 때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쇼팽의 왈츠곡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브리와 쇼팽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도, 분명히 살면서 음악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지브리와 쇼팽의 곡은 선율이 아름다워서 카페든, 영화 드라마든 줄곧 배경음악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어려울 것만 같은 클래식 공연을 쉽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장치가 있다.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무대 해설을 도맡아 곡의 시작 전마다, 섬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쇼팽과 지브리 음악의 믹스 포인트에 대해 클래식 문외한도 단번에 이해가 갈 정도로 친절하다. 나는 엄마와 옆좌석에 앉아 공연을 보았는데,큰 기대 없이 갔던 엄마도 두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쇼팽과 지브리의 하모니는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곡처럼 들렸다. 알듯 말듯 귓가를 간지럽히는 선율을 듣자 잊혀진 추억이 떠올랐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 한 조각이 떠오를락 말락 했다. 대중적이면서 신선한 편곡 스타일은 흥미로웠고, 감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ㄷㅎ의 고수가 되고 싶다면



본 공연은 3가지 종류의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앞서 말한 '해설가'와의 대화,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마지막은 나 '자신'과의 대화다. 


첫째로, 해설가이자 연주자인 송영민의 설명은 따뜻하고 더없이 친절했다. 클래식에 무지한 나를 배려하는 듯한 멘트에 고마움을 느끼며, 그의 말이 끝날 때마다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짧은 시간동안 클래식에 대한 명쾌한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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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는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의 꽃이 피어난다. 대화의 소재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든, 쇼팽이든 상관없다. 이미 해설자가 건네준 질문을 다시금 서로에게 되묻는 것만으로도 대화거리가 충분하다.


내가 엄마에게 공연에 대한 감상을 묻자, 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는 그동안 클래식 연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 해설을 들으니 음악에 더 몰입이 잘 되네"


내가 공연을 관람한 장소는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이었다. 아늑한 음악당 덕분에 연주는 선명하게 들리고, 서로를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음악가와 관객이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끼리도 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셋째로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였다.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나'는 더욱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나 타인 중심의 소통에 익숙해진 나머지, 나와의 대화는 단절 수준이 되어버린 사람이 많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지만, 본 공연을 보며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했다. 5살이었던 나, 청소년이었던 나, 그 시절에 함께한 가족들이 떠올랐고 차례대로 대화를 나누었다.


본 공연을 감상하지 않았다면, 결코 꺼내볼 일 없는 먼지 쌓인 기억이다. 그러나 음악은 트리거가 되어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삶의 치열한 전장에서 아름다운 폴라로이드 한 장을 주웠고, 다시금 가슴 속에 품었다.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 대화하는 법을 까먹은 사람이라면 본 공연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행복은 덤이다.

 

 

[한대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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