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Dear. ________ - 일의 기쁨과 슬픔 [도서]

다소 높은 내 기준
글 입력 2024.03.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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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서간문을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전하는 마음 자체가 함축 되어있다는 것이 전제에 가득하기 때문. 상대방에게 나의 사소한 위로와 진심을 전하는 수단 중 편지만 한 것이 없다. 특별히 그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그 위로를 더 많이 더 넓게 퍼질 것이다.


이번에 읽게 된 소설인 장류진의 단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도 나에게 위로 가득한 편지였다. 파스텔 톤의 표지, 중간에 꽂힌 나의 책갈피. 오랜 다락방에 소중하게 숨겨둔 나를 향해 펼쳐보는 편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장류진의 문학 서사는 그렇게 나를 물들여 갔다.


<잘 살겠습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나 문단을 읽는 독자에 따라 이 말을 통해 “진심으로 표하는 감사의 결정”처럼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해를 끝까지 받지 못하고 마는 빛나 언니의 해맑음, 당연히 나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그녀는 언뜻 보면 자존감이 낮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뒤집어 볼까. 잘한 결혼과 못한 결혼, 잘 사는 남편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받는 삶. 우리는 모두가 그런 “똑같은” 삶을 살기 위해 나를 네모난 책상 가운데 내놓는 것인지.


<다소 낮음>, 커리어를 성공시키고 싶은 장우. 우연찮게 <냉장고 송>을 발매하며 성공의 틈새를 엿보게 된다. 그러나 그는 틈새를 벌리지 않았다.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잠깐 틈새는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적인 틈새에서 볼 때 장우의 처지가 한심하게 보였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고, 장우보다 장우의 여자친구인 유미의 입장에 고개를 하염없이 끄덕였을 것이다. 


그러나 장우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이 자신의 처지를 드높여 줄 것이라는 것을 과연 몰랐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 가능성은 다소 낮음. 그에게 있어서 성공은 커리어의 다소 높음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결국 나에게 돌아와, 크게 새겨진다. <잘 살겠습니다>은 누군가와 비교하며 내 삶의 열정도를 매기는 나에게, <다소 낮음>은 성공의 기준을 커리어의 높음으로 삼아 아직까지도 열심히 타자기를 두드리는 나에게 새로움을 부여한다. 사실 그게 다가 아니라고, 끝은 원래도 없는 거라고. 과연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냐고.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일거리, 앞으로 쌓아가야 하는 스펙들. 누군가는 나에게잘 될 것이라고 외쳐주지만, 스스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자조스러움. 그 모든 응어리들이 뭉쳐 순수한 것도 순수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난 편지를 쓴다. 그것도 나에게, 이 에세이도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가 아닌 나에게 쓰는 편지임을 기억하며 읽어주길 바란다. 물론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처럼 예상치 못한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제목을 본 이들은 말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어디 있냐며

그럼 무엇만 존재할까. 일의 “무자비한 보편성”, 모두에게 기쁘고 모두에게 슬픈.

그래서 이 빈칸에 들어갈 정답은 없다. 모두가 정답이기에


Dear. ____________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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