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에 답이 필요할 때, 철학을 찾는다 - 해법 철학

글 입력 2024.03.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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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나설 때면 서점을 찾게 된다. 요즈음엔 어떤 책이 가장 많이 나오고 사랑을 받고 있는지 매대와 서가를 찬찬히 살펴본다. 산책하듯 걸으며 책의 제목과 주제를 보면 출판 트렌드는 물론, 사람들의 관심사와 유행도 금세 알 수 있다. 그래서 책을 구경하는 건 눈 감았다 뜨면 달라지는 세상에서 주위의 변화를 알아채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엔 유독 철학 책이 눈에 띄었다. 연령대별, 혹은 장르별 베스트셀러 코너엔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이름이 종종 보였다. 관련된 철학 책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다른 철학 분야까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었다. 그런데 철학이라니, 언뜻 보기엔 깊고 어려워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긴 어려워 보인다. 요즘 사람들은 왜 철학에 주목하는 걸까?

 

철학 하면 일단 머리가 지끈거리게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우리보다 먼저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은 왜 즐겁기만 하지 않고 고통이 만연한지, 일상에 만족하기는 왜 이리 어려운지, 어떤 것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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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철학>은 이런 사람들의 고민에 답을 내려주는 철학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스토아철학에 주목해 그들의 이야기를 삶에서 가장 중요한 12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들려준다. 부와 쾌락, 죽음, 감정, 역경 등 일상과 맞닿은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한 철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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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면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먼저 떠오른다. 왜 사는 것인지, 죽음의 공포는 어떻게 받아들이거나 벗어나야 하는지, 유한한 이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답이 없는 질문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해법 철학>은 죽음에 대한 스토아학파 철학자, 그리고 이를 계승한 학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전해준다. 그들의 글과 말이 원전으로 담긴 이야기 속에서 나의 마음에 와닿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수행해야 할 가장 위대한 과제인 죽음에 있어서 연습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쩌면 습관과 경험을 통해 고통과 가난, 수치와 다른 불운에 대처하도록 자신을 단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죽음은 단 한 번밖에 해볼 수 없다. 고대의 몇몇 사람은 자기 시간을 아주 세심하게 사용하여 죽음의 순간을 맛보고 음미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들은 저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아내기 위해 정신 능력을 쏟았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되돌아와서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었다.

 

– 몽테뉴, <수련에 관하여> (1580), p.117

 

 

죽음에 관한 몽테뉴의 말에서 어쩐지 위안이 느껴진다. 결국엔 그 누구도 죽음을 반복할 수 없고, 죽음의 경험을 공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죽음을 무서워하며 현재를 누리지 못하거나 죽음을 회피하거나 대비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죽은 사람은 태어나기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오. 태어나기 전에 우리에게 좋고 나쁨이 없었던 것처럼 죽은 뒤에도 그럴 것이오. 태어나기 전 사물이나 사건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죽은 뒤 사물이나 사건도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닐 것이오.

 

– 플루타르코스, <아폴로니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15(109e~109f), p.121

 

  

플루타르코스의 말을 통해서도 죽음을 더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생각에 두려움과 아쉬움이 생기지만, 태어나기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고 믿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타인의 생각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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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에 띄었던 키워드는 ‘타인의 생각’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오로지 혼자 있을 때 스스로 느끼는 불편과 고통이라기보다는 타인과의 비교로 출발한 괴로움이 많다.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도 언제나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나보다 타인이 보기에 좋은 것,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길을 먼저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네가 비겁한지 잔인한지, 또는 충직하고 경건한지는 너밖에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결코 너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모호한 추측으로 너에 대해 짐작할 뿐이다. 너의 본성을 보지 못하고 너의 기교를 본다. 그러니 그들의 판단에 매달리지 말라. 너 자신의 판단에 매달리라.

 

– 몽테뉴, <후회에 대하여> (1580), p.218

 

 

몽테뉴의 말을 통해 나 자신의 확신, 나에 대한 믿음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의 시절보다 더 빠르고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지는 사회, 다른 이들의 조언과 잔소리도 한층 많아진 사회. 오늘날 몽테뉴의 메시지는 더욱더 강하게 다가온다. 타인은 우리를 보고, 우리의 말을 듣지만, 우리 바깥에 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오직 나이기에 다른 이의 시선을 걱정하며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스토아철학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들에 답을 내려주는 <해법 철학>이었다.

 

주제별로 보기 쉽게 나뉘어진 만큼, 오늘 마음에 와닿는 키워드를 골라 펼치면 된다. 지금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문제들을 오래전 철학자들도 고민했다는 사실은 안도감을 준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상황에 맞는 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책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으면서 고통은 덜고, 삶을 즐기는 기회가 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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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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