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면의 단단함을 위해, 해법 철학

글 입력 2024.03.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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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철학>은 12가지의 주제로 스토아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판단, 외적인 것, 관점, 죽음, 욕망, 부와 쾌락, 타인의 생각, 가치판단, 감정, 역경, 덕, 배움을 키워드로 대표적인 스토아학파의 이야기를 담는다.

 

<해법 철학>의 특징은 저자가 철학가의 말을 거쳐서 전해주는 것이 아닌, 스토아학파의 말 그대로를 담고 있으며 저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길잡이'처럼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독자로서는, 비록 번역이라도, 스토아주의자의 언어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몰입감과 이해를 더욱 높여주는 것 같다. 대표적인 스토아주의자 3인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토아학파의 언어로 스토아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사건에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건에 대한 우리 판단에 반응하며 판단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스토아철학은 '나'에 대해 집중하며 나의 생각과 판단,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다룬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말처럼 '나'의 단단함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 '판단'에서는 앞으로의 주제에 바탕이 되는, 스토아철학을 이해하는 데에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판단


 

["어떤 외적인 것 때문에 힘들다면, 네가 힘든 이유는 그 외적인 것 때문이 아니라 너의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네게는 지금 그 판단을 없앨 힘이 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8.47 p.35

 

즉 사건의 원인과 발생 가운데에 우리의 판단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알아차리기'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다. 이런 부분을 보며 대학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불교철학이 떠올랐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나는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초반에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 중 하나가 '알아차림'에 대한 일상 속 예시를 찾는 것이었다. 알아차리기는 명상에도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개념을 실제로 생각하고 적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나를 알아차리는 것에 많은 연습과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비록 과제였고 어떤 내용을 작성했는지 희미하지만 '알아차림'을 알아차리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스토아철학에서 '알아차리기'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우리가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중 식욕에 대한 예시가 흥미로웠다. "우리는 자신이 배고프게 놔둘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p.53)"고 말한다. 식욕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배고픔과 상상 속의 배고픔은 다르다는 것. 식욕과 음식에 대한 판단 역시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내리는 것이다.

 

["농담으로 고양이 고기로 만든 파이를 대접했다고 떠들어댔다. 그 파티에 있었던 한 젊은 여성은 너무나 소름이 끼친 나머지 심한 위장병과 열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녀를 살릴 길이 없었다."] - 몽테뉴, 상상의 힘에 대하여(1580) p.55

 

나는 특히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많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다양한 철학에서 다루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죽음


 

스토아학파에서는 삶의 길이보다는 삶의 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죽음을 극복하는 것은 자유를 얻는 일이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성취였다. 이러한 공포를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철학자들의 목소리로 소개하고 있다.

 

죽음은 미지의 경험이며 죽음 자체는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죽음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죽음이 머문다면 두려워할 만합니다. 하지만 죽음은 아직 오지 않았거나, 왔다가 떠날 뿐입니다."] - 세네카, 서한집 4 p.118

 

죽음은 변화와도 같다. 죽음 자체를 자연적인 변화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죽음을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상태와 유사하다는 관점이다. 마치 불교의 윤회사상과도 유사하게 느껴졌다. 죽음과 탄생 이전의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탄생 이전은 축복, 죽음은 공포로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스토아철학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이나 마지막 13장에서는 스토아철학과 반대되는 의견, 철학에 대한 열려있는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만큼 <해법 철학>에 담긴 이야기가 절대적인 사실이 아니며 그저 자유로운 사고와 단단함에 도움이 된다는 것뿐이다.

 

1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가지 생각이 존재한다. 다양한 철학자의 언어로 스토아학파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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