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합격 VS 불합격 노력에 실패한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혜옥이’ [영화]

글 입력 2024.03.0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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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은 상승하는데 취업에 도전하는 청년층은 줄고 있다.

이따금 뉴스를 틀면 많이 나오는 대목이다. 노량진 컵밥 거리는 휑하다. 한때 공무원 시험이 큰 열풍을 불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시, 사시, 언론 고시 사로 끝나는 직업을 위해 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욕망이 만들어낸 공포


 

첫 장면에서 라엘과 엄마는 신림동 고시촌에 방을 보러 다닌다. 언덕배기 낡고 비좁은 방. 썩 맘에 들지 않는 방이지만 이 집에 살았던 학생들이 다 합격해서 나갔다는 말에 덜컥 방을 계약한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더니, 영화 「혜옥이」는 엄마의 욕망을 위해 공부하는 딸의 모습을 그렸다. 명문대만 졸업하면 탄탄대로일 줄 알았던 라엘에게 행정고시는 안정적인 직장이다. 동시에 엄마의 꿈이기도 하다.

 
IMF 때 아빠와 이혼하고 자신을 뒷바라지한 엄마를 위해서 합격해야 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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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라엘에게 공부하라고 독촉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고라고 응원해 준다.  

 

라엘은 엄마의 “넌 일류잖아. 뭐든지 다해야지. 할 수 있어” 라는 말에 용기를 내본다. 동시에 부담감도 함께 온다. 당초 2년 안에 합격을 목표로 삼았던 혜옥은 N 수생이 된다. 행시는 엄마의 꿈이자 목표, 희망이었고 라엘은 그녀를 실망시키기 싫었을 것이다.


영화 「혜옥이」를 보는 내내 주변 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걔 중에는 엄마의 꿈에 부흥해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고, N 년차를 보내다 박차고 일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반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평범하게 사는 친구도 있었다. 


라엘이 계속 시험에 낙방하자 어머니는 스님에게 새로운 이름을 받아온다. ‘혜옥’ 

엄마 자신은 노력하다 보면 될 수 있다고 말해 놓고, 이름을 바꾸면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깔려 있다. 

 

다시 공부하게 된 혜옥의 일상도 다시 잘 풀리는가 싶었으나, 새로 발급된 주민등록증을 원룸 책상 서랍에 놓고 오며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된다. 

 

 

 

혜옥의 삶은 매몰비용의 오류인가


 

영화 앞부분부터 강사의 입을 빗대어 ‘매몰비용의 오류’에 거듭 강조한다. 매몰비용은 이미 투자했거나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한다.’말 그대로 묻어버린 비용’. 

 

내가 투자한 시간이 있기에 조금만 더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3년, 5년, 10년 장수생이 되고 합격의 꿈을 이루게 되면 매몰비용의 오류는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이 영화는 구성이 독특하다. 혜옥의 모습을 두 가지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데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 좁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 혜옥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볼 수 있었다.  

 

프리미엄 한 돈을 파는 고깃집에서 파는 고기는 칠레 수입산 고기였고, 손님은 계속 새 고기를 다시 가져오라고 주문한다.

 

엄마의 욕망 속에서 명문대를 가고 고시공부를 해왔던 혜옥의 모습도 가짜라는 말해주는 것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고깃집에서 새 고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던 손님이 하는 말. 혜옥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이름이 라엘이어도 혜옥이어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 혜옥 스스로 능동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지 못해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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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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