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짓과 속임의 세상에서, 트루먼쇼 [영화]

글 입력 2024.02.28 03:3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가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은 24시간 내내 쉬는 시간 없이 그의 모습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누군가가 24시간 내내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혹은 연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24시간 내내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도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것이다. 그러나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은 지치지 않는다. 그는 자기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생중계가 되고 있다는 사실, 본인이 방송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본인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트루먼쇼’ 프로그램의 수익은 이미 작은 국가의 국내총생산과도 맞먹는 수준일뿐더러, 이러한 수익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트루먼은 이미 세계적인 스타이다. 그러나 그는 본인이 스타라는 사실도 모를뿐더러 프로그램의 수익을 가진 부자도 아니다. 그저 섬나라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보험 회사 직원이다. 적어도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상에선 말이다.

 

 

131.jpg



트루먼은 하늘에서 갑자기 ‘시리우스 9번’이라고 적힌 조명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져도 큰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의 출근길 라디오 방송에서는 위성 조각 파편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의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호감을 보였던 상대가 자신에게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가짜고, 당신을 지나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을 알고 있다”고 말을 해도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가 그녀는 정신분열증이고 곧 피지 섬으로 간다는 사실을 듣고 피지 섬에 있는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상은 분명 거짓과 속임수이다. 트루먼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심지어 부모와 가장 친한 친구까지도 트루먼을 속이고, 프로그램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트루먼이 그러한 거짓말과 속임수를 알아채기 전까지 트루먼에게 그가 살고 있는 ‘시헤이븐’은 진짜였다. 거짓과 진실은 순식간에 뒤바뀌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나



‘트루먼쇼’는 트루먼이 태어난 순간부터 그가 시헤이븐 스튜디오를 나가는 순간까지 그의 모든 모습을 생중계했다. 트루먼에게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는 시간, 사생활은 없다. 그러나 영화 속 트루먼쇼 특별 기획 방송에서 나온 것처럼 트루먼쇼를 제작한 장본인 감독 크리스토프는 정작 사생활 보호에 민감하다.


우리는 남의 얘기에 관심이 많다. 남에 대한 소문이 들려오면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일단 그 소문을 믿는다. 남들은 나에게 진실만을 이야기하기를 원하지만, 정작 본인을 있는 그대로 내비치는 것은 두려워한다. 나를 드러낸다고 해도 거짓으로 포장한다.


트루먼은 그의 모든 생활을 노출한다. 이것이 영화 속에서 ‘트루먼쇼’의 인기가 많은 이유이다. 인스타그램처럼 오늘 하루 중 행복했던 기억, 좋았던 순간만을 올리지 않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그가 행복할 때도, 우울할 때도, 화를 낼 때도 언제나 방영된다. 그는 시헤이븐에서 부유한 가정도 아니기에 사람들은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정말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하다.

 

 

 

트루먼, ‘진짜’ 세상에서


 

141.jpg

 

 

트루먼은 이제 ‘진짜’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그가 일상생활이 가능할지부터가 궁금하다. 트루먼쇼 시청자였다면 그동안 방영된 그의 모든 사생활을 알 것이고, 그의 취향, 그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등 트루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트루먼의 모습에 대해 알고 있다. 트루먼쇼가 인기가 매우 많은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더하면, 트루먼을 둘러싼 모든 사람은 진짜 세상, 가짜 세상 상관없이 그를 아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쇼의 감독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에게 말한다. “네가 살고 있는 세상처럼 세상은 거짓과 속임수로 쌓여있다”


진실과 거짓. 내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것은 거짓이 된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진실인 세상, 누군가는 거짓인 세상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모두에게 진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컬쳐리스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