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최선을 다해 부리는 요령

글이 턱턱 막힐 때 내가 쓰는 기본적인 요령들
글 입력 2024.02.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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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글쓰기는 어렵다. 한 번은 별 고민 없이 술술 써지다가도, 막상 맘을 다잡고 잘 쓰려고 하면 턱턱 막힌다. 그래도 잘 쓰고 나면 뿌듯하니까, 전하고 싶은 말과 적어내지 못하면 상할 생각이 있어서 글을 쓴다. 아마 글을 쓰는 모두가 그럴 것이다. 매일 나를 스쳐 지나가는 글들이 내가 했던 것과 비슷한 몸부림 속에 탄생했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얕고도 깊은 소속감, 또는 동질감이 든달까?

 

하루하루가 술술 풀리는 글의 향연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바쁠 때는 특히 무언갈 써내기가 더 힘들다. 이 글을 읽어줄 고마운 동지들과 머리를 싸매고 있을 미래의 나를 위해, 내가 글이 막힐 때마다 쓰는 요령들을 모아보았다. 나는 주로 무언가의 감상문을 적는 편이니, 참고하시길!

 

 


1. 글감 생각하기


 

막연히 무언가 쓰고 싶을 때 (혹은 기고 마감일이 다가와 초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글 하나를 다 써 내려갈 수 있을 만한 글감이다. 내가 할 말이 많은 관심사를 고르는 게 가장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다면 어제 내가 무얼 했는지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시 1) 당신은 어제 몇 시에 기상했는가?

- 너무 이르거나 늦었는가?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나?

: 비정상적인 수면 습관의 영향,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

- 개운하게 일어났는가?

: 도움을 받은 운동, ASMR 영상, 수면 호흡법, 기상 후의 일과

 

예시 2)당신은 어제 어디를 방문했는가?

- 잘 가지 않는, 특별한 장소였나?

: 독특한 향, 익숙한 디자인, 공간의 분위기, 동행인과의 추억

- 일상적인 장소인가?

: 일상의 피곤함, 자아 성찰, 그날 있었던 특별한 일

 

 


2. 일단 한 문단 써보기


 

글의 처음을 장식할 만한 문단이어도, 나중에 다른 문단 사이에 끼워 넣을 속셈의 토막이어도 괜찮다. 뭐든 한 문단을 써보고 나면 그 글의 톤을 어떻게 잡을지 감이 잡히기 마련이다. 딱딱한 말투로 적을 것인지, 무언가에 감탄하는 글로 이어 나갈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만한 따듯한 글을 쓸 것인지. 첫 문단을 보면 그 글의 방향이 어렴풋이 보인다.

 

추가 팁!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한 문단씩 적어두면 나중에 글을 시작하기 좋다.

 

 

 

3. 개요 짜기


 

아무리 막 쓰는 글이어도 세 문장 정도의 개요가 필요한 법이다. 굳이 처음-중간-마무리로 나누지 않아도 좋다. 적당히 어느 순서에 어떤 내용을 적을 것인지 계산해 두면 글의 분량을 조절하는 것에도, 글의 흐름을 잇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이 오늘 본 공연에 관한 감상을 적는다고 가정하고 아주 간단한 개요를 짜보자.

 

공연 전

나는 왜 이 공연을 보게 되었는가?

나는 이 공연을 보기 전 얼마나 기대하였는가?

 

추가 팁!

본격적인 감상을 시작하기 전, 한 마디 혹은 한 문장으로 간단한 감상을 적으면 깔끔하게 두 문단을 이을 수 있다. 글의 끝자락에 다시 한번 언급해 주면 글의 통일성을 챙기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공연 중

어떤 점이 좋았나/아쉬웠나?

주제/공연자/공연장은 어떠했나?

 

공연 후

다른 작품이 떠오르는 장면이나 나의 경험과 비슷한 장면이 있었는가?

새로 발견한 취향이 생겼는가?

 

위와 같이 물음 형식으로 적어도, 감상이나 감정들을 짤막하게 적어두어도 좋다.

적어두고 보니 감상문의 형식 같은 느낌이 되었지만, 감상문에 정해진 틀은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글은 자유로울 때 가장 아름답다.   

 

 

 

4. 의식의 흐름에 탑승하기


 

정해둔 길이 있다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걸어갈 수 있다. 정확한 이름과 정보를 기억해 내느라 헤매지만 않는다면, 사실 초고 쓰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5. 정말 아주 최소한이라도! 퇴고하기


 

퇴고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초고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에 집중할 때가 있다. 나의 경험상, 나중에 다시 읽어보았을 때 매번 후회하게 되는 선택이다. 분명 어색한 연결이, 틀린 단어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발행하고 난 뒤는 너무 늦다는 점을 꼭 상기할 것! 제대로 퇴고하지 않아 아쉬운 글들이 얼마나 많은지. 적어도 한 번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자.

 

자, 이제 퇴고 후 완성된 글을 기고하면 ‘글 기고 노하우’는 끝이다. 글을 기고하고 나면 수정이 어렵다. 때때로 아쉽지만 바로 그 불변성에서 오는 일기 같은 매력이 있으니, 미련을 크게 두지 말자. 이제 한 편의 글을 끝마쳤으니 다음 글의 글감을 찾을 차례! 1번으로 돌아가 반복하면 되겠다. 일련의 과정을 체화하면 글쓰기가 쉬워진다고들 한다. 나는 아직 분투 중이다.

   

 

 

0. 몇 달, 몇 년 뒤 그 글을 다시 읽어보기


 

글을 마무리하기 전, “네가 쓴 글을 언젠가 다시 읽어봐.”라는 좋은 친구의 조언을 여러분에게도 전한다.

 

당장 몇 달 전의 글만 보아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사뭇 다르다. 같은 주제라도 변한 생각이 있고, 똑같은 것을 계속 좋아하고 있어도 구체적인 방향이 바뀌어 있기도 하다.

 

내가 예전부터 좋아하는 예술가 무하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에는 그의 대표작 <사계>를 필두로 하는 판화, 상업광고의 색감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그의 민족적 정체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슬라브 서사시>에 담긴 무하의 혼이 더 좋다. 여전히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이런 차이를 변화가 아닌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 걸 생각하기엔 너무 어리다고도 생각하고, 사실 딱히 규정짓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자신의 변화를 눈으로 체감하는 것은 즐겁다. 미래의 나를 기대하고 싶을 때 쓰기 좋은 요령이기도 하다.

   

 

 

일단 질러보자!


 

지은이는 곧 가장 처음의 읽는 이다. 매번 내 글을 쓰며 골머리를 앓다 보니 남의 글이 못나 보인 적은 거의 없다. 나는 은은하게, 항상, 지은이들을 응원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 글을 읽을 정도로 글쓰기에 진심이라면 나는 당신의 글을 응원할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헐뜯을 걱정에 글을 게시하지 못하고 있다면, 일단 질러보는 것이 어떨까? 훗날 자기 눈에 못나게 느껴질 토막글이라도, 지금의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을 것이다.

 

   

 

[컬쳐리스트] 박주은.jpg

 

 

[박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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