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마주하는 방법 - 약한 게 아니라 슌한거야

글 입력 2024.02.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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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있어 자존감이란 개념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전히 어렵다.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이라는 건 어딘가 두리뭉실해서, 그저 애매한 추상적 개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조건 자신을 추켜 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나도 차가운 시선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도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존감'이란 개념.

 

필자는 '자신감'이란 개념도 겨우 습득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 때마다 '자존감'이란 개념은 점점 더 멀어지는 듯 하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존중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사회가 경쟁사회느니, 서로를 비교한다느니, 이런 외부적인 시선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스스로가 미웠고 스스로가 납득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키울 수 없었던 건 바로 나 자신 때문이었다. 고통받던 필자가 이 때 읽은 책은, 이런 폭풍같은 나와의 싸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어쩐지 어딘가 기가 강해보이는 얼굴이 떠있는 것이었다. <약한 게 아니라 슌한거야>의 앞표지다.

 

 

약한게아니라슌한거야_표지 평면.jpg

 

 

이 눈빛이 바로 필자로 하여금 약간 '움찔'하게 만든 '슌'의 눈빛이다. '슌'은 이 책의 작가 윤수훈의 필명이다. 작가는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폭풍같은 삶을 살면서, 모순적으로 순탄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순할 순'(順)을 필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오호라, 묘하다. 어쩐지 눈빛부터 심상치 않은 듯 하더니, 흥미롭다. 책을 펼쳐보았다.

 

책 안에는 아기자기한 만화와 짧은 에세이로 이루어져있다. 한동안 글책 위주로만 독서를 해왔어서 마음 가볍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필자가 빠진 함정이다. 전혀 마음이 가볍지 않은 내용의 만화였기 때문이다. 캐릭터는 곡선의 귀여운 몸짓과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사는,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다. 사춘기를 겪기 시작한 청소년부터 주름살이 늘어가는 중장년, 혹은 노년까지도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자아의 탐색을, 그 어둡지만서도 빛나가는 고민을 '슌'의 대사로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정답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슌'이 찾은 자신만의 답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탐색'과 '고민' 그 자체로 이루어진 책이다.

 

필자가 특히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지금 집중하고 있나요'였다. 총 6컷의 짧은 만화, '슌은 스트레칭을 한다. 대사는 다음과 같다.

 

 

몰입해서 운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의 공통점은

어느 순간 그 행위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묘하게 편하다)

어쩌면 산다는 것도

어떤 대단한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까

(들숨과 날숨 그걸로 충분해)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고자 하고, 계획을 세워 하루를 살아가려 한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 결과지향적인 것보다도, 과정중심적인 삶이 훨씬 만족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집중하고 몰입해 살아내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집중 문제'로 힘겨워 하고 있던 필자에게 스트레칭처럼, 묘하게 가벼워지는 듯한 만화였다.

 

<약한 게 아니라 슌한거야>가 하고 싶은 말은, 계속 해서 나 자신과 마주하고, 나를 이루는 세상과 깊게 호흡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진정으로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백한다. 나 자신과 대화를 항상 해왔다고 느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부족함에 스스로를 책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저, 다시 한 번 더 마주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용기를 부여해준다.

 

그렇기에, 필자도 오늘은 '슌'이 되어본다. '슌'처럼, 스스로를 가감없이 마주하며, 깊은 대화를, 펼쳐지고 있는 세상과 함께 하며.

 

 

 

[아트인사이트] 명함_컬쳐리스트.jpg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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