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이 아이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길 - 영화 '검은 소년'

글 입력 2024.02.0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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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사촌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23살이면 정말 어린데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때 내가 혼자 서울 가겠다는 것을 허락했는지 모르겠어. 내가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언니의 나이가 그렇게나 어린 줄 몰랐다. 나 역시 지나온 20대를 돌이켜봤을 때 참 어렸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어린 나이인데 이미 다 큰 어른인 것처럼 느껴졌고 거기서 많은 생각의 방황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 '훈'의 더 어린 나이에 마음이 쓰였다. 한창 친구들과 있는 게 재미있고 공부 외에 다른 것에도 흥미를 느끼며 살아가도 모자란 아이인데 훈의 가정 상황은 훈에게 혼란스러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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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아버지는 아이를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전형적인 자기의 이기심으로 가득 찬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진정 생각한다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며 도시락을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아이를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취해있는 것 같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 훈은 벗어나고 싶었을 것 같다. 집이 편안한 공간이 아닌 잔뜩 긴장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은 아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한 장면에서는 아빠의 이기적인 행동의 끝을 보는데 아이가 받을 충격이나 힘듦은 생각하지 않는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영화 외에 현실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 않나 싶다. 낳았다고 다 부모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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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역시 훈이의 선택보단 엄마의 생각과 의지를 확고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이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갑작스럽게 또 사라진 모습에서 훈이가 정서적으로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자식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이중적인 생각을 발견했다. 바로 엄마, 아빠가 부모의 역할 외에 독립적인 사람으로 자유롭게 살길 바라면서도 그 자유로운 선택 안에 나라는 자식을 염두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철저하게 훈이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봤기 때문에 영화 속 엄마, 아빠의 행동을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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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외로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의 외로움이 점점 더 커지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저렇게 많구나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몰라도 되는 감정들을 느끼는 저 아이에게 얼마나 큰 고독감이 가득했을지.. 어른으로서 마음이 아프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크나큰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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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 아빠가 좋아?"라고 부모님은 장난으로 물어보지만 선택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한다. 훈이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아빠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변하길 바라고 혼자 남을 아빠의 외로움을 먼저 보는 아이.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용돈으로 엄마의 음식을 챙기는 아이. 그렇게 사랑이 많은 아이인데 부모의 갈등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족, 친구라는 사회에서 철저하게 혼자가 된 훈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어떻게 살아갈지 더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다른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덜 외롭길,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계속 쓸 수 있길, 그리고 가족 안에서 뚜렷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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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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