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녀오겠습니다” [공연]

[스즈메의 문단속 - 필름콘서트]를 다녀오다.
글 입력 2024.02.01 15: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 다녀올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다녀올게”

 

- 스즈메의 문단속 中

 

 

아바타 이후 박스오피스 1위라는 최장 기록을 세운 영화가 있다.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 개봉 이후 35일 연속(12일 집계 기준) 박스오피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이는 2009년 12월 개봉한 영화 ‘아바타’(43일) 이후 최장 기록이다.



131.jpg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등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특유의 감성을 그려냈고, 2016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202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 기록되며 대흥행을 펼쳤다. 흥행 TOP 50위에 들어간 영화의 대부분이 할리우드의 작품인 데다, 개중 손꼽히는 일본 영화조차 대부분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 애니메이션이기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흥행 역사를 펴낸 건 이례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행보를 보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전 제작 발표회에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마코토 감독의 감성을 200% 증폭시키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어쩌면 감독의 심장과도 같은 밴드 가수 ‘Radwimps’가 이번 작품에도 함께 손을 잡는다고 하여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예상대로, 개봉 이후 해당 작품은 엄청난 OST로 화제가 되었는데, 배경 음악의 오케스트라 연주 일부는 세계 최고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영국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으로 알려지며 음악에 공들인 점이 눈에 띄었다.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처음이다.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과 함께 최우수 음악상을 거머쥐었으니 이번 작품은 특히 ‘음악’에 포커싱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너의 이름은.>의 OST ‘이토모리 고교’, <날씨의 아이> ‘K&A 첫 방문’ 등 기존 마코토 감독 작품의 OST가 재활용되어 팬들의 재미와 몰입을 더욱 높인 것뿐만 아니라, 고다이고의 '은하철도999', 고쿠쇼 사유리의 '밸런타인데이 키스(バレンタインデイ-キッス)' 등 일본 유명 가수의 시티팝을 삽입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그 시절 감수성을 덧칠했다.

 

이렇듯 여느 때보다 SOUND에 집중한 <스즈메의 문단속>. 이 작품을 오케스트라로 들을 수 있다는 엄청난 공연이 있어, 바로 다녀왔다.

 

 

스즈메의 문단속 필름 콘서트_인천 feat.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2023.10.21. 19:00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지휘 송민규, 여성 보컬 조은세, 남성 보컬 밴드 기프트

 

 

<스즈메의 문단속-필름 콘서트>는 수입사 미디어캐슬, 공연기획사 또모, 일본 매체 전문업체 제이박스 주최 및 주관으로 론칭한 세계 최초 필름 콘서트이다. 영화 상영과 동시에 영화 속 음악을 풀 편성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을 수 있는 콘서트로, 자막판 영화가 전체 상영되며 OST 27곡을 영화 속 음향이 아닌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들으며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필자가 해당 공연을 예매할 당시, 서울 콘서트는 이미 매진 상태로 결국 아트센터 인천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관람하고자 경기도에서 송도까지 가로질러 다녀왔다. 오랜 이동시간과 송도의 춥고 거센 바람으로 매우 지친 상태였으나 저 멀리 콘서트홀이 보였을 때는 결국 방방 뛰게 되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KakaoTalk_Photo_2024-01-31-22-22-58.jpeg

 

 

이번 필름 콘서트는 스크린을 통해 영화가 상영되는 동시에 오케스트라의 연주, 합창, 밴드, 전자음악이 연주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좌석 선정에 신중해야 했다.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의 좌석표와 시야 후기를 검색해서 2층 A구역 2열로 자리를 잡았는데, 영화와 오케스트라 모두 한눈에 들어오는 아주 완벽한 자리 선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공연 시작과 동시에 높게 올라온 안전바가 내려가서, 시야 방해가 없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에리히 버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오케스트라를 수상한 송민규 지휘자를 필두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 연주자로 구성된 본 공연에서는 완성도 높은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악기의 조합과 원곡 가수와 놀라울 만큼 유사한 여성 보컬의 음색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사실 오케스트라 공연을 기대한만큼, 사운드를 통한 몰입이 주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으나 필자는 예상외로 무대 연출과 비주얼 측면에서 더욱 인상 깊었다. 해당 작품은 지진으로 인한 재난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고, 긴급한 상황 속에서 스즈메와 소타의 감정선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따라가야 하는 만큼 빠른 몰입이 필요하다.

 

필름 콘서트는 이러한 긴급한 재난 상황을 조명으로 연출해 냈는데, 지진 벌레인 ‘미미즈’가 나타나는 장면에는 오디토리움 곳곳에 설치해 둔 라이트에 붉은색을 입혀 공연장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주인공이 반대편 세계에 빨려 들어가 디스토피아적 공간에 도달하였을 때는 조도가 어두운 보라색을 입혀 관객으로 하여금 그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몽환적 연출을 유도했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고 그 아래에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몰입도를 올릴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한 것인데, 관객이 공연과 하나 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구간이었다.

 

 

20230214507182.jpeg

 

 

<스즈메의 문단속> 명대사 중 하나가 ‘다녀올게’, ‘다녀오겠습니다’로 꼽힌다.

 

스즈메가 그만큼 일상적으로, 자주 말하기 때문이지만, 필자는 스즈메의 성격을 대변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하여 더욱 인상 깊었다.

 

지진으로부터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내야 한다는 대의와 사고처럼 찾아온 사랑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소녀가 용감하게 그 두 가지를 잡으러 ‘가기’ 때문에, 스즈메가 말하는 다녀 ‘온다’는 말은 그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어쩌면 스스로에게 되뇌는 주문과 같은 언어로도 느껴지기 때문일 테다.

 

개봉 이후 <스즈메의 문단속>이 받은 큰 비평 중 하나는 캐릭터의 감정선이다. 이전 마코토 작품에선 들을 수 없었던 쓴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한 소녀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잘생긴 대학생 오빠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 오빠를 지키기 위해 본인의 목숨을 불사하고 모험을 강행한다… 너무 무모하고 개연성이 없는 뚱딴지같은 일로 느껴진다. 필자 역시 작품에서 각 캐릭터가 가진 캐릭터성이 매우 희미하게 드러나고, 그 때문에 캐릭터가 가진 매력도가 다른 작품 대비 떨어진다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스즈메는 17살이고, 첫눈에 반한 사람을 다시 한번 보러 가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으로 학교를 빠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순수하면서도 즉흥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기에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그녀의 너무나도 맹목적인 행위가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사를 통해 스즈메의 캐릭터성이 드러나고 있어서, 스즈메의 대사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다.

 

“다녀올게”라고 말하고, “지금은 한없이 새까만 어둠 속이지만, 언젠가는 꼭 아침이 와. 아침이 오고 다시 밤이 오고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넌 어느새 빛 속에서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틀림없이 그렇게 돼.”라고 조언할 줄 아는, 자기 확신적인 언어를 쓸 줄 아는 인물이니 말이다.

 

필자는 영화 1차 관람 당시 스즈메와 소타의 감정선과 스토리 개연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조금 냉정하게는 마코토 감독의 주 작품 하이라이트 장면이 분절 단위로 끊겨서 클리셰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필름 콘서트를 통해 2차 관람을 하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주인공 스즈메의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었고, 캐릭터를 이해하자 영화의 큰 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해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필름 콘서트의 오케스트라 라이브 사운드와 비주얼적 연출을 통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던 것으로 생각한다.

 

같이 갔던 일행은 필름 콘서트를 통해 영화를 처음 관람한 경우였는데, 필자의 케이스와는 반대로 영화와 오케스트라를 모두 살펴봐야 해서 영화에 집중하기가 다소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어느 장면이 스토리상 중요하고, 어느 장면에서 음악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르기에 더더욱 작품 자체에 집중하기엔 어려웠다는 관람평이다.

 

필름 콘서트는 영화 상영과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볼 거리도 들을 거리도 풍성하다. 그렇기에 필름 콘서트를 관람하기 전에, 사전에 영화를 미리 관람하고 온다면 영화와 오케스트라 공연 모두 200%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필름 콘서트>가 성황리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필름 콘서트 공연이 많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후 다른 영화로 필름콘서트가 열린다면, 한 번쯤 꼭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필름과 오케스트라가 결합된 창의적이고 새로운 예술 형태를 관람하는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컬쳐리스트 명함.jpeg

 

 

[권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