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감 컬렉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1.28 11:0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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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 순간 스쳐가는 글감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1월 말 기준 10개의 글감이 쌓였다. 이 아이디어들에 대한 영감은 논문을 읽다가, 영화를 보고 나서, 길을 걷다가 등, 말 그대로 문득 생각난 것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둔 것들이다.

 

모아두면 언젠간 쓰겠지 하다가, 이대로 일기장 마냥 묵혀둘 것이 뻔하기에 이 페이지에서 나눠보고자 한다. 10개를 모두 털어놓기에는 독자의 입장에서 지겨울 듯하여 5개의 글감을 엄선하고 그에 대해 떠오른 단상을 한 문단씩 적어보았다.

 

아니, 근데, 진짜 - 제목을 보자마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말의 서두에 꼭 ‘아니, 근데, 진짜’를 넣는 버릇 말이다. ‘아니’는 심기 불편한 반응을 드러낼 때, 상대방의 태도가 답답할 때 등 다소 부정적인 상황에 쓰인다. ‘근데’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니’와 세트처럼 붙어 나온다. 이 말들을 넣어 말하면 대화의 주도권을 찰나에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진짜’는 말을 강조하는 부사로 거의 유일하게 사용하는 단어이다. 지성인으로서 말의 수준을 높이고 싶으나, 앞서 세 가지 때문에 쉽지가 않다.

 

내 글이 기억나지 않는다 - 그렇다. 이전에 쓴 나의 글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소설가들은 자신이 쓴 문장까지도 잘 암기하는 듯한데. 장르의 특성인 것일까, 기억력의 문제일까. 물론 이점도 있다. 자가복제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는 점? 나의 글이 마치 남의 글처럼 새롭기도 하고. 그런데 곤란할 때는, 다름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의 글을 언급할 때이다. ‘까억었는데…’ 라고 할 수 없으니 대충 웃음으로 무마하곤 한다. 나의 글을 읽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잊어버렸기에 제대로 반응해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지하철 꽃집 - 지하철 역내에는 꽃집이 더러 있다. 서울로 따지면 안국역, 신당역, 을지로3가역 등등. 팍팍함이 묻어나는 걸음들을 환기해 주는 거의 유일하게 생생한 공간. 간혹 식물들에게 미안한 적도 있었다. 이곳의 공기는 너무 탁할 텐데. 인공 햇빛에 만족은 하니. 당연히 식물은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생기 가득한 모습에 잠시 고마움을 느낀다. 다음에는 아무 이유 없이 지하철역 꽃을 사볼까 한다.

 

우주먼지의 억울함 -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스쳐가는 먼지랄까. 먼지보다도 소소하고 사소한 존재.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우리는 분명 훨씬 소소하고 사소하다. 그런데 이런 존재들 간에 다툼과 미움, 혐오가 난무한다.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독식한다.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그러한 방식이 당연하게 자리 잡았겠지만, 그럼에도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AKMU(악뮤)’ 이수현의 <후라이의 꿈>처럼 밥 위에 폭 늘어져 눕고 싶을 때마다 이 우주먼지는 우리 존재의 가치를 생각한다.

 

쿠키 안 구움 - 이건 내 고집스러움의 한 축에 대한 이야기이다. 네이버 웹툰,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완결된 웹툰이나 회차를 미리 보고 싶다면 ‘쿠키’라는 것을 구입해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혜택(?)을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유튜브 프리미엄도 마찬가지다. 공통적인 성질이라 함은, 두 상품 모두 시간을 돈으로 사는 개념이랄까. 쿠키는 앞서 말한 대로이고, 후자는 (이외에도 여러 혜택이 있지만) 광고 보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돈이 시간보다 아깝다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인내를 가지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굳이 돈을 지불해야 하나 싶다. 물론 가끔 이런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렇게 다섯 가지의 글감을 작성해 보았다. 밀린 숙제를 반절 해낸 느낌이다. 쓰고 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토해내듯 글감 각각에 관한 단상을 써내리니 한결 후련하다. 한 문단만 짧게 적었기 때문에 일관성도 없고 주저리주저리 떠들다 만 것 같지만, 요즘 하는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그저 그뿐이다. 나머지 다섯 개의 글감들, 또 쌓일 글감들도 언젠가 풀어놓을 놓겠다는 결심을 품은 채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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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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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고드름
    • 단상들이 모여 멋진 글이 되었네요! 저도 글감을 한 번 모아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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