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학생, 초등학교 교단에 서다 #1 [사람]

평범한 20대 중반 학생의 초등학교 체험기
글 입력 2024.01.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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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초, 중, 고등학교에 파견되어 짧은 기간 동안 교사의 업무를 체험하는 사람을 교육실습생, 줄여서 흔히 `교생`이라 부른다. 교생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다들 쉽게 하나쯤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교대나 사범대생이 아니고서야 교생을 직접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초등학교로 발령받는 교대의 교생실습은 그야말로 특이한 면이 있다. 그 점에서 재작년 (2학년)과 작년 (3학년) 실습에 일기를 써 블로그에 연재했다. (*교대의 실습은 2학년 참관 실습, 3학년 교직 실습, 4학년 실무실습으로 나뉜다) 이를 재편하여 여러 독자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가장 큰 고민은 글을 어느 정도 수정을 해야 하는지였다.

 

작년 10월에 쓴 3학년 실습일기야 그렇다 쳐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쓴 2학년 일기는 다시 읽어보니 지금의 생각과도, 문체와도 매우 달랐다. 그 시절의 필체와 감성에 맞추어 수정하자니, 그때의 감정과 통찰을 드러내기에 많이 부족하고 왜곡될까 걱정이 되었다.

 

따라서 총 3부작으로 예정된 내 교생 실습 일기의 1부- 참관 실습일기 (2학년)은 일정 부분 회고록의 형식을 빌리고자 한다.

 

*

 

2022. 4월, 교생이 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1년도에는 컨설턴트로서 개인 사업에 도전했고, 당시는 강사 등 여타 진로를 막연히 생각하며 입시 수학 연구를 주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여러 핑계만을 댄 채 수능 판을 떠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결국 무엇을 하고 살지는 지금도 모르는 문제이지만, 어쨌건 특수 목적 대학을 다니는 사람인 만큼 그쪽의 진로를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분명했고, 그것이 와닿는 시기가 왔다.

 

초등교사 얘기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이 길로 오는 것을 굉장히 의아해했다.

 

특히나 가까운 친구들이나 여기저기에서 (특히 놀다가) 만난 사람들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나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농담 반 진담 반의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 재밌게도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홍대 S거리포차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을 먹다 내가 교대생이라고 밝힌 날이 기억난다. `이게 그렇게 웃기는가?` 싶은 정도로 웃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부정당한 기분을 정면으로 느끼며 함께 웃었더랬다.

 

아무튼 내가 처음 초등교사로서의 진로를 정한 것은 영재교육을 위해서였다. (초등 영재교육원의 교사는 초등교사다)

 

요즘은 그 열풍이 많이 식었지만 나 정도가 아마 경시와 영재교육 열풍이 불었던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지금은 특목고 입시나 경시에 대한 바람이 이전만치 못함을 넘어서 거의 시장이 망하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그러한 교육 속에서 느낀 것은 성과주의라는 핑계로, 대상 학생들의 정서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그 시절의 동기 중 아예 망가져 버린 사람들 (나 또한 어떠한 관점에서는 꽤 그러했다)을 보면서, 이 생각을 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교육의 일선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은 고등학생 때부터 가져왔던 꿈이었다.

 

하지만 대학에 온 뒤 교육론을 배우고, 수업 일지를 쓰며 느낀 것은 이 직업을 택하면 대부분 시간은 일반적인 초등교사가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얘긴데 이걸 왜 생각 못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충격이 들었다. 또한 초등교사는 중고등교사에 비해서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 시기의 아동은 정서적으로 예민하기에 교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모범적인 삶을 살지는 못했다. 스스로도 딱히 인생의 갈피를 잡고 살고 있지도 않으며 단적으로 말해서 나처럼 크는 것이 아이들에게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부터가 일단 정서적으로 굉장히 예민하다. 이게 우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낙관주의자이긴 하지만... 그냥 다각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특성상 아이들 전부를 살피는 것 역시 나에게는 부담이 크게 다가올 것 같았다.

 

- 22년 4月의 일기 中

 

 

그 점에 대해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이렇듯 이 직업이 나랑 잘 맞을까? 에서부터 출발한 고민은 자퇴에 대한 진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본가로 내려가서 생각을 해보려고 했었다.

 

여러 고민을 하다 보니 당장에 다가온 건 5월 초부터의 교생실습 일정이었다.

 

여태껏 학교에서 배우던 많은 것들도 물론 교사 역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했겠으나,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앞에 선생으로서 섬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리라 생각했다.

 

경험해 보지 않고서 혼자 판단을 내리느니 마지막으로 내가 이 직업에 맞는 사람일지 테스트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초등학생 나이대의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해본 적조차 없었다.

 

내가 아이들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건 확실하지만, 좋아하긴 하나?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2년 전의 나는 실습 일기를 써 내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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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 실습 일기는 평범한 20대 대학생인 내가 10년 만에 돌아간 초등학교에서 느낀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 이를 다시 쓰는 데에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자칫하다간 의미 자체가 퇴색될만한 퇴고 작업이 될지도 모르고, 지금의 내가 보기에 너무나도 어리고 미흡해 보이는 의견 역시도 왕왕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나보다 훨씬 나은 사유가 있는 독자분들이, 해보기 어려운 체험에 대해 간접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더하여 김우현이라는 사람이 2년간, 5주 동안 학교를 체험하며 교직과 아이들, 나아가 인생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나름의 재미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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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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