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집은 창을 만드는 일이다. - 컬렉터처럼, 아트투어 [도서]

소지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글 입력 2024.01.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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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아트 투어의 세계

 

2022년 아시아 최초의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 평소 미술 시장에 관심을 두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03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되어 세계 미술계에서 손꼽는 행사로 자리 잡은 이 아트페어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데, 그 장소가 홍콩이나 일본 등 서구 컬렉터들에게 더욱 더 익숙한 나라들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K-POP이나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한국 문화의 입지가 얼마나 더욱더 단단해졌는지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2022 프리즈 서울에는 그러한 의미와 기대에 부합할 정도로 많은 관람객들이 모였다.

 

미술품 감상과 컬렉션은 이제 더 이상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일정이나 소수의 사치스러운 취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미술계에 관심을 갖고 나름의 컬렉션도 구성해 보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목'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케이아티스츠의 대표이자 아트 컨설턴트인 『컬렉터처럼, 아트투어』의 저자 변지애는 자신의 첫 저서인 이 책에서 그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무엇을 수집하는 게 좋을까?


 

소지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내 것이라는 의미와 남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이상의 수집은 더 특별한 감정을 준다. 소지에 애정을 붙이면 수집이 되는 느낌이랄까. 때 묻지 않은 애정이라는 감정이 첨가되기 때문에 수집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무엇을 수집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나는 대표적으로 LP를 수집한다. 오래된 감성을 아낀다기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수집을 통해 모름을 앎으로 채워가고 싶어졌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부터 새로운 형태로 펼쳐진다.

 

이번에 읽은 도서 <컬렉터처럼, 아트투어>는 컬렉터의 시점으로 미술 작품과 작가들을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아트 컬렉터들은 단순히 미술품을 수집하는 것에 넘어서서, 그 가치를 미리 예견하고 투자하는 식견까지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다소 상업적인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볼 것이라는 편견에 치우쳤다.

 

그러나 아트 컬렉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미술에 대한 앎의 깊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 검은 피카소라고 불리는 팝 아트 작가 ‘장 미쉘 바스키아’가 있다. 그의 작품은 여러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이트를 준다. 팝 아트의 특징일지도 모르지만 작품 앞에서 한참 생각해야 겨우겨우 내 생각과 감정들을 꺼낼 수 있다.

 

만약 바스키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그의 작품 세계를 아예 모른다면 이 작품은 그저 현대미술이라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한 작품으로 평가받지 않았을까. 그러나 컬렉터들에게 팝 아트 작가인 바스키아의 작품은 정말로 인기가 많다. 바스키아가 처음부터 인기가 많지 않았던 것처럼 컬렉터들이 그 작품에 어마어마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작가와 작품의 가치가 재평가되기도 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컬렉터들을 미술에 대한 깊은 앎을 통해 미술의 또 다른 창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미술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은 이 창을 만들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불어넣어 준다. 미술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이 창의 주인이지만, 대중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창은 이 아트 컬렉터들이 직접 만들고 빛낸 창이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창을 통해서 우리는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 이 창을 열고 들어갈지 혹은 밖에서 감상만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까지 정해주는 일은 창조와 제작이 아닌 규율이고 집착이다. 정돈된 규율이 아닌 강압적인 규율은 미술에서 필요가 없다. 더불어 수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사랑하고 수집하고 있다면 또 다른 창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 창은 아마도 닦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고 있을 것만 같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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