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면의 밤 [사람]

글 입력 2024.01.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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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다.

 

유난히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밤이 있다.


해야 하는 일들을 잠시 미루고,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으면 많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살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순간적인 고민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분명 오늘도 열심히 살아왔는데, 새벽만 되면 어김없이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생산적인 일들을 하고 있겠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있겠지. 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나만의 고민 속으로 빠져든다.


오랜 낮잠을 자고 나니 더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살면서 아주 많은 낮잠을 자 온 것 같다. 계절이 바뀌도록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내 모습이 오랜 겨울잠을 청한 동물 같기도 하다. 남들은 재빨리 앞서 나가는데, 왜 나는 여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을까. 게으르게 살아왔던 지난 순간을 떠올리면 나는 불안해져 잠을 청할 수 없다. 자존감이 깎이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오늘 이후의 계획들을 장황하게 펼쳐보지만 다음 날 아침이 오면 무기력해진다. 그렇게 불면의 밤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아침이 오면 치열한 경쟁과 촘촘한 계획 속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원동력으로 삼아, 새벽에는 절대로 발견할 수 없을 모습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나의 밤은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기만 한 미래후회와 반성으로 이루어진 과거로 이루어져 있다.

 

어째서 지난 모든 날이 후회되는 것일까. 아마도 주변 사람들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르게 먹는다 한들 비교와 질투를 하지 않는 삶이 쉬울까.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생각보다 비교와 질투, 그리고 한탄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또한 그런 경험을 겪어보았겠다고 짐작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은 오지 않고, 불안하고 두렵기만 한 긴 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믿는 것이 필수적이다. 조바심이 날 때면 최면을 걸어보자. 아무리 부족한 하루를 보냈더라도, 다음 날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문제없다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대신, 어제 아침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 더욱 생산성 있다고.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하면 된다고.


물론, 많은 새벽들을 불면으로 지새웠다. 어떤 날은 성공한 이들의 성공담을 듣고 실패감에 빠졌으며, 어떤 날은 이루지도 못할 계획들을 세워놓고 전전긍긍했다. 또 어떤 날은 과거의 과오를 곱씹으며 부끄러움에 시달렸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마음속 혼잣말을 믿는다.


언젠가 주변 사람에게 받았던 부탁이 있다. 오늘부터, 하루에 세 번씩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을 자신 앞에서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의 계획표를 세워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물론 그 또한 함께 실천해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우리 둘은 매일 밤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물든 밤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어느새 새해가 되어버렸을 때, 되돌아본 둘의 모습은 작년에 비해 한층 성장해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긍정의 힘을 믿게 되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서조차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불면의 낮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마음속에 가진 걱정과 근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기에.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괴로워했던 밤을,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시간으로 바꿔본다면 무언가 달라지리라 예상한다.


그러니 우리가 어둡고 고요한 새벽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우리들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의 시간은 우리의 것이고,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며, 우리의 정신은 우리의 것이니까.


모쪼록 우리 모두, 불안한 새벽에도 스스로를 믿으며 위태로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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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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